보좌진 세금 지원은 서구 선진국 앞서는데 의회 효율성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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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는 한때 파행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밤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자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예산안은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을 보이콧한 가운데 통과됐다. 강정현 기자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는 한때 파행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밤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자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예산안은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을 보이콧한 가운데 통과됐다. 강정현 기자

 한국 국회가 의원 보좌진 증원과 세비 2.6% 인상을 성사시키며 고비용 저효율을 고수하는 ‘특권 국회’의 현주소를 재확인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각국 경쟁력 비교 보고서와 국회도서관이 2016년 발간한 『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등에 따르면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ㆍ한국의 6개국중 한국 국회가 의원 보좌진 지원 액수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반면 의회 효율성과 정치인 신뢰는 꼴등으로 나타났다.

독일, 영국 등 비하면 고비용 저효율 #국회 생산성, 정치 신뢰도 가장 낮아 #미국 제외하면 보좌진 지원 최고 #정세균 국회의장 "국회가 염치없다"

 자료=국회도서관 발간『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 단위=만 원

자료=국회도서관 발간『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 단위=만 원

『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의 보좌진 급여표 등에 따르면 의원 1인당 보좌진 9명(인턴 2명 포함) 등에 대한 국고 지원은 2016년 기준으로 4억4000만원이다. 보좌진 보수는 국회의원의 의정·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세금으로 충당한다. 반면 영국 하원은 14만7000파운드(2억1400여만원 ,런던 지역구 기준), 독일 의회는 23만8956 유로(3억700여만원), 프랑스 하원은 11만4048 유로(1억4600여만원), 일본 의회는 최대 1753만6800엔(1억7000여만원)이다. 미국(하원 94만4671달러, 10억3000여만원)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럽 강국들을 앞서는 ‘보좌진 지원 선진국’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올해 보좌진 1명을 늘리도록 관련 법을 바꿔 내년 국회 예산에서 ‘8급 비서 채용’으로 88억9000여만원을 증액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조차 보좌진 증원에 대해 사석에서 “국회가 염치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자료=세계경제포럼(WEF) 발간 '국제정보통신보고서 2016'. 전혀 비효율 1점~대단히 효율적 7점

자료=세계경제포럼(WEF) 발간 '국제정보통신보고서 2016'. 전혀 비효율 1점~대단히 효율적 7점

반면 한국 국회는 생산성과 신뢰도에서 지구촌 후진국이다. WEF가 각국의 제도ㆍ산업ㆍ인적자원 경쟁력을 분석한 ‘국제정보통신보고서 2016’에 따르면 ‘입법기구 효율성’에서 한국은 139개 국가중 99위에 불과했다. WEF가 전세계 경영인 1만 4000여명을 설문 조사한 항목중 “입법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대한 응답 결과다. 6개국중 꼴찌다. WEF가 올해 펴낸 ‘국제경쟁력지수 2017-2018’보고서 역시 ‘정치인 신뢰’ 항목에서 한국은 137개국중 90위였다. ‘정치인들의 윤리 기준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각국 경영인의 응답 결과다. 한국은 6개국중에서도 역시 꼴찌였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선 의원직에 군림과 특권 의식이 들어가 있다”며 “이를 없애지 않는 한 의원 한 명이 수백명 보좌관을 데리고 있는다 한들 언제나 인력과 예산 부족을 거론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임 교수가 2015년 발표했던 ‘정부 경쟁력 2015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GDP당 국회의원 보수 수준은 OECD 국가중 한국이 일본ㆍ이탈리아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 한국 국회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결과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광역시의회 전문위원을 지냈던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는 “스웨덴에선 국회의원들에게 공용차량이 제공되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니 옆 집에 국회의원이 산다는 걸 모를 정도”라며 “스웨덴에 비하면 한국은 의원 천국”이라고 비판했다.

“며칠 지나면 국민은 잊는다”는 국회 행태는 내년 개헌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들에게 차악의 선택을 강요한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려면 입법부 권한 강화가 불가피한데 국회가 바뀌지 않으면 무소불위 대통령과 염치없는 국회 사이에서 국민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병건ㆍ김록환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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