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묻지마 청약' 잇단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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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단기차익만을 노리고 지방 대도시 아파트에 청약했다가는 낭패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비투기과열지구는 투기과열지구와는 달리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청약 열기에 들떠 있지만 가수요가 많아 거품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3순위에 청약이 몰려 경쟁률은 높았지만 분양권에 웃돈이 거의 안 붙고, 팔리지도 않아 투자금이 잠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 등이 몰려와 단기차익이 가능하다며 청약과열을 부추긴 결과다.

◇지방은 가수요 천국=지난 달18~20일 충남 당진에 분양한 부경파크빌 2차 3백97가구는 1,2순위에서 불과 2가구만 접수됐으나 3순위에서는 35평형의 경우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마감됐다.

분양담당자는 "당진군 3개월 이상 거주자로 자격 요건을 제한했는데도 현지 친인척을 동원한 외지 투자자가 많았다"며 "특히 수도권 떴다방들이 작업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분양한 이 아파트 1차 4백40가구 역시 3순위에서 평균 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달 12~13일 청약을 받은 강릉시 견소동 신도브래뉴 7백37가구도 단기차익을 노린 사람이 적지 않았다. 3순위에서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 거주자가 2천여명이 청약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대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도 있지만 전주(錢主)를 낀 떴다방 등이 많이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우종합건설이 지난 달 20~22일 춘천시 효자동에 내놓은 2백95가구도 1,2순위 청약자가 7명에 불과했으나 3순위에선 춘천시 거주자(3백40명) 외에도 서울.수도권에서도 1백52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비투기과열지구 아파트는 가수요가 청약하고, 곧바로 실수요자에게 넘기는 유통구조를 띠고 있다"며 "3순위에라도 마감하려면 떴다방이나 단기 투자자의 신청을 마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수익 낮아 주의해야=지난 7월말 부산에서 보기 드물게 1순위에서 마감됐던 재송동 동부센트레빌은 프리미엄 호가가 3백만~1천만원에 불과하다.

분양 전부터 떴다방들이 설쳤던 곳이지만 분양권 거래가 뚝 끊겨 전매율이 10~15%에 머물고 있다. 해운대 H공인 관계자는 "웃돈을 기대하고 청약한 중개업자와 투자자들이 분양권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 정상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수요가 많았던 충남 당진 부경파크빌 등의 분양권 매물이 넘쳐나지만 거래가 뜸 하다. 현지 D공인 사장은 "떴다방을 비롯한 외지인들의 분양권이 대다수로 프리미엄은 거의 없고, 분양가에라도 팔아달라는 물건만 많다"고 말했다.

강릉 신도브래뉴는 현재 떴다방 등이 로열층을 중심으로 2백만~4백만원의 웃돈을 붙여 전매를 유도하지만 거래가 잘 안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지방 부동산은 떴다방 등 가수요 때문에 시계(視界)가 흐려져 있다"며 "수도권의 원정 투자자들은 3순위에라도 당첨되면 서울.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5년간 1순위 자격만 날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지방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분양가도 비싸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청약률만 보고 분양권을 매입하면 실수요자가 덤터기를 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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