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큰 시장…미영화 붐 조성 확신"-영화배급 한국지사장 「마이클 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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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영화사들이 국내에 진출함에 따라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활동할 것인가에 대해 국내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메이저 영화사인 MGM·UA·파라마운트·유니버설 등 4개 영화사의 배급회사인 UIP(United International Pictures)의 한국지사장「마이클·배」씨(49)를 만나보았다.
배씨는 『아직은 시기가 이른 것 같다』며 몇차례 인터뷰를 사양해오다 10일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국영화사들은 한국시장에서 당장 큰 수익을 올린다고는 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손해볼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에서는 시장성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배씨는 미국영화사들이 한국진출을 위해 이미 3년전부터 면밀한 시장조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미국영화사들이 활동하면 영화 붐이 일 것입니다. 좋은 작품과 강력하고 체계있는 선전은 영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게 되겠지요.』
배씨는 UIP가 흥행성 높은 오락영화는 물론 그동안 국내 업자들이 수입을 외면해온 예술성 높은 영화나 흘러간 명화도 많이 들여다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화제작을 들여올 때면 여기에 맞춰 인기배우·감독들을 데려와 TV출연·사인회 등으로 선전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일고있는 미국영화 진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 여론을 소수의 견해로 보고 있으며 심각한 문제로는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영화사들이 직접 진출했던 60년대의 일본·대만 등지에서도 처음에는 요즘의 한국과 같은 반발이 있었으나 곧 잠잠해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미묘한 사회상황을 감안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각 개봉관들이 이같은 여론을 의식, 미국측과의 직거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곧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극장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지만 몇몇 극장과 곧 계약이 이뤄질 것임을 비췄다. 『오는 5월께 현재 미국서 대히트중인 심리 멜러영화『운명적 유혹』(Fatal Attraction)을 첫 작품으로 내세울까 합니다. 그리고 흥행대목인 여름시즌엔 화제작 『언터처블즈』(The Untouchables)와 『007 제15편』, (007 The Living Daylight)등 늘 개봉할 예정이고….』
그는 미국영화사들이 한국영화제작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배지사장의 본명은 배상덕씨. 재미교포지만 지난해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이주했다. 30년전에 이민가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10여년동안 파라마운트에서 편집기사로 일했다. TV물『제5전선』등이 그가 편집했던 작품이다.
79년부터 국내영화업자와 미국영화사간의 중개업을 해온 것을 계기로 이번에 지사장을 맡게됐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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