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통령 선거에도 "지역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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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대통령선거전도 최소한 후보지명전에서는 지역감정과 인기영합의 기회주의에 지배받고 있다는 것이 8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지방당대회)결과로 입증됐다.
집권 공화당쪽의 1위「봅·돌」상원원내총무가 아이오와주의 인근 캔자스주 출신이고 민주당쪽을 보아도 선두「리처드·겝하트」하원의원이 바로 남쪽 이웃인 미주리주, 2위「폴·사이먼」상원의원 이동쪽에 인접한 일리노이주 출신이다.
특히 언론에 의해 「포퓰리스트(대중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낙인이 찍혀 있는 「켐하트」의원은 고실업율 등 다른 주에 비해 경제사정이 나쁜 아이오와주민을 상대로 강력한 보호주의 대외통상정책을 강조함으로써 많은 표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지명전 첫 관문인 이번 선거의 최대화제는 「부시」부통령이 3위로 밀리고 2위에 복음부흥사「패트·로버트슨」이 올라선 공화당쪽의 이변이다.
「부시」부통령은 대이란 무기밀매에 관여했으면서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이곳 유권자들 눈에 비친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이난처한 쟁점을 비껴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풀이되지만, 당내 라이벌 「돌」의원이 실은 엄청난 부자라고 발설해 치사한 입싸움을 유발함으로써 「대통령감」다운 면모가 모자란다는 인식을 자초했다.
어차피 아이오와에서 「부시」부통령은 2위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3위는 예상 못했던 치욕이다. 대통령직에 대한 선거기반을 9년간 다져왔고 막강한 조직과 8백만달러의 선거자금 등으로 볼 때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배다.
물론 8일 후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는 선두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의 수난을 만회할 대승을 건져 올려야 하는 강박감에 쫓기는 형평에 몰렸다.
본래 교인 지지세력이라는게 「보이지 않는 군대」와 같아 뭔가 돌풍을 몰고 올지 모른다고 관심을 모았던 「로버트슨」은 미국이 도덕을 회복해야겠다는 강론의 덕을 크게 본 것 같다. 그의 진영은 뉴햄프셔 등 앞으로의 지명전에 로키트 엔진이 장착된 셈이라고 이번 선거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아이오와 이후에는 「부시」쪽에 비해 전반적으로 열세라고 알려져 있는 「돌」의원은 기대를 상회한 아이오와의 선전을 「흔들리는 선두」「부시」에 대한 대추격전의 전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쪽은 선두3자가 박빙의 경합을 벌인 것으로 특징지어졌다. 다만 「초원의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겜하트」의원은 미정치·경제기성세력들이 생산근로자와 농민을 망각하고 있다고 주장, 아이오와 선두를 낚아 올렸으나 이 구호가 다른 주에까지 먹혀 들어갈지 궁금하다.
그는 특히 한국을 꼬집어내어 만약 시장개방이 계속 미진하면 현대엑셀의 미국내 판매가격을 서울의 소형수입자동차 가격수준인 4만8천달러로 끌어올리도록 관세를 때리겠다는 등의 편협한 선동적 텔리비전 광고를 작년12월말부터 내보내왔다.
아이오와에 관한 한 그 이후부터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 코커스로 연결됐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지 같은데서는 그를 「보호주의자」로 못박는 한편 이곳에 대한 집중공략 때문에 돈지갑이 거덜났다고 전하는가하면 당장 뉴햄프셔에서는 「마이클·듀카키스」매사추세츠주지사가 앞설 것으로들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승리로 「켐하트」는 20개주에서 한꺼번에 대의원을 대량 선출한다고 해서 별명이 붙여진 3월8일의 「슈퍼 튜즈데이」까지는 지명전 탈락없이 끌고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흑인인구가 전체의 1%이며, 84년 1·5%밖에 득표하지 못했던 이곳 아이오와주에서 흑인목사「제시·잭슨」이 11%를 얻었고, 4년전의 다크호스「게리·하트」전 콜로라도 상원의원이 6위로 처진 것은 민주당쪽 이변이다.【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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