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통장으로 수십억 쇼핑한 ‘간 큰 유학생’ 석방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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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실수로 생긴 무제한 마이너스 통장으로 수십억을 탕진해 재판에 넘겨졌던 말레이시아 출신 호주 유학생 크리스틴 지아신 리(좌)가 구입한 명품 가방(우)[데일리 메일 캡처]

은행 실수로 생긴 무제한 마이너스 통장으로 수십억을 탕진해 재판에 넘겨졌던 말레이시아 출신 호주 유학생 크리스틴 지아신 리(좌)가 구입한 명품 가방(우)[데일리 메일 캡처]

은행 실수로 생긴 무제한 마이너스 통장으로 수십억을 탕진해 재판에 넘겨졌던 말레이시아 출신 호주 유학생이 석방됐다.

5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검찰은 사기 혐의를 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유학생 크리스틴 지아신 리(21·여)에 대한 기소를 지난달 말 취하했다.

과거 크리스틴과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호주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드니대학에 재학 중인 크리스틴은 2014년 7월부터 11개월 간 호주 웨스트팩 은행 계좌를 이용해 460만 호주달러(약 38억원) 상당의 명품 가방·옷 등을 샀다.

영미권 은행은 고객 편의를 위해 잔고가 부족해도 일정 금액까지는 초과해 인출하거나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크리스틴은 2012년 8월 개설한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액이 은행 측의 실수로 설정되지 않았음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때부터 무제한으로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문제를 알아챈 은행 측은 크리스틴의 계좌를 동결하고, 지금껏 사용한 돈을 반환하라고 압박했지만, 크리스틴은 명품 가방 등 일부 만 돌려주고 말레이시아로 도주하려다 지난해 5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싱가포르 CHANNEL NEWSAIA 홈페이지 캡처]

[싱가포르 CHANNEL NEWSAIA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지난달 말 호주 검찰은 크리스틴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호주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자 재판을 포기했다.

이 남성은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계좌를 이용해 210만 호주달러(약 17억4000만원)를 빼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남성이 인출 한도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행에 알릴 의무가 없는 만큼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취하 조치와 무관하게 민사 관련 소송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팩 은행은 검경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크리스틴의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크리스틴은 조만간 가족이 있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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