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경장 자동승진 1년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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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간부 경찰관의 '근속 승진' 연한을 6~8년으로 정한 경찰공무원법(경공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근속 승진은 일정한 근무 기간을 채우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자동으로 계급을 올려주는 제도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회에 계류 중인 경공법 재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고,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정협의회는 경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소방직 공무원의 근속 승진 연한도 단축하기로 했다. 경공법 개정안 원안은 순경.경장의 근속 승진 연한을 현행 7, 8년에서 6, 7년으로 단축하고 경사의 근속 승진 연한(8년)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순경 출신들도 기간만 채우면 간부인 경위가 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이다. 경위로 승진하면 팀장이 될 수 있다. 반면 청와대의 '보완 입법' 지시로 정부가 낸 재개정안은 승진 연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사의 근속 승진을 유보할 계획이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경찰관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5300여 명의 경사가 근속 승진 대상이 되며, 4500명 이상이 심사를 거쳐 경위로 승진할 전망이다. 순경과 경장은 각각 약 3200명과 1만2000명이 추가로 근속 승진 대상이 된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3월부터 한 해 네 차례(3, 6, 9, 12월) 승진 인사를 할 계획이며, 경위급 근속 승진 심사 탈락률은 10% 내외인 경장.경사의 경우보다 조금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언.이철재 기자

[뉴스 분석] 지방선거 앞두고 "경찰 좋고 여당 좋고"

정부와 여당이 하위직 경찰관의 근속 승진 연한을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원안대로 유지키로 합의한 것은 경찰관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5.31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래서 공무원을 향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부가 낸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마당에 굳이 '총대'를 메야 할 이유가 없었다"며 "당이 개정안 원안의 시행을 주장했더니 정부 측이 순순히 따랐다"고 말했다. 여당이 정부를 설득해 8만 명에 달하는 비간부 경찰관들이 환영할 일을 해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는 소방관의 자동 승진 연한도 줄이기로 합의했다.

평균적으로 경찰관은 일반공무원에 비해 승급이 늦다는 측면에서 보면 개정안의 취지는 그런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찰관의 사기에도 도움이 될 일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에는 적잖이 부담이 된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대규모 승진 때문에 경찰 쪽에만 향후 5년 동안 약 3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교정직 등 다른 분야 공무원의 '형평'까지 고려할 경우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이런 문제 등을 이유로 개정안 시행에 난색을 표시했다. 대통령의 '거부권'까지도 거론됐다. 그 뒤 정부는 국회에 재개정안을 냈다.

이에 일부 경찰관이 집단행동을 하며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은 "앞장서서 통과시켜 놓고 웬 딴말이냐"는 야당의 공세에 몰렸다. 그래서 나온 게 이날 당정협의회의 결론이다.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가 두 달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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