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양목장…"약속의 땅"가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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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태백시 탄광지대>
1년 내 시커먼 석탄가루가 흩날리는 강원도 태백시에「이웃과 더불어 내일을 가꾸자」는 운동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다.
인생에서 온갖 실패를 거듭해온 사람들이 마지막 기대를 걸고「울며 왔다 울고 간다」는 이 탄광지대를「약속의 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이 운동의 시동 자는 기독교 광산지역 사회개발 복지회 (회장 이정규 목사) .
갖가지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에 석탄을 캐는 광원들 자신뿐 아니라 그 부인과 자녀등 온 가족이 삶의 희망을 잃고 갈팡질팡하기 십상인 상황을 어떻게든 개선시키고자 지난83년 이 복지회가 창립됐다.
광원 부인들을 위한 양털부업은 가장 중요한 자활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
작업도중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산업 재해 율이10%나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남편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남아도는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주부들을 위해 목장을 마련, 면양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깎아낸 털로 직접 털을 뽑아 순모스웨터를 짜거나 양털이불을 만들어 파는 이 부업은 생활비가 빠듯할 수밖에 없는 광원들의 가정에 매달 10만원 안팎의 부수입을 올리게 했다.
또 보람을 찾을만한 일거리가 마땅치 않아 화투치기·술 마시기·춤추기 등으로 소일하는 주부들 때문에 가정파탄이 일어나는 경우도 흔한 만큼 이 부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목장은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못 가는 청소년들에게 실업교육을 가능케도 한다. 축산을 중심으로 한 산지개발 기술을 가르치는 태백실업학교를 세워 자칫 삐뚤어지기 쉬운 청소년들을 이 고장의 든든한 일꾼으로 길러내는 것이다 광원 가족들의 친목모임인 광명회의주요활동은 노동법 및 건강 강좌와 상후 보조방안 모색 등으로 현재 65가구가 가입 중 .복지 회가 운영하는 탁아소나 유치원의 시설을 보수해주고 목장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가하면, 「술 대신 고기 먹기→운동을 벌이는 등 광원가족들이 다함께 잘살기 위한·각양각색의 일을 한다.
이밖에도 복지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뿔뿔이 흩어진 마음들을 한데 모으는 사업은 태백노인학교 운영과 광산근로자들의 진폐증·도급제·노사문제 등을 파헤치는 회보『막장의 빛』발간 등 수없이 많다.
이 목사는『「마지못해 찾아든 이 땅」을「내 고장」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드물어서「태백으로 본적 옮기기」캠페인을 벌여야할 정도인 이곳 주민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할 수 있게된 것은 숨은 후원자들의 뒷받침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국 6백만 가구가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을 캐기 위해 무서운 위험부담을 안고 일하는 6만여 광원들과 그 가족들이 사회복지 혜택에서 너무 소외 되어왔음을 안타까와하는 사람들이 각자 매달 2천∼5천원씩「보내주는 후원금으로 그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태백=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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