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체코의 영화제참가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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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공산권과의 영화교류는 멀고도 험난할 것 같다.
영화는 다른 문화매체보다 특히 대중에 대한 메시지 전파력과 호소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는 이데올로기가 서로 다른 국가 간에 있어서 가장 경계하는 문화매체로 손꼽혀 왔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우리나라와 공산권의 영화교류는 그동안 전무한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동구권과의 교류를 시도해왔다.
80년대 이후 열린 모스크바영화제와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영화제에 참가를 노크해봤고 국제영화제작자연맹(IFPF)을 통해 올해 간접적으로나마 줄곧 참가의사를 전달해왔으나 그때마다 아무런 회신도 없었다고 영화진흥공사 관계자는 밝힌다.
또 우리영화계는 칸이나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에서 동구권영화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가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그때마다『만약 우리 영화제에 한국영화를 참가시킨다면 한국에서도 소련이나 체코영화를 상영토록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해와 우리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동구권영화제의 참가는 우리도 그들 영화를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나 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화진흥공사는 올해 유명한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나 수상자에게 포상하는 7대 유명영화제에 처음으로 모스크바영화제를 포함시킴으로써 대공산권 영화교류에 괄목할만한 전진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처럼 우리영화가 아직까지는 동구권 영화계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측은 계속 그들 영화제의 참가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진흥공사는 올해도 오는 7월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영화제의 참가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카를로비 바리영화제는 모스크바영화제와 함께 동구권의 2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권위 있는 영화제다.
이 영화제는 모스크바영화제와 격년제로 서로 번갈아 개최된다. 올해는 카를로비 바리영화제가 열리며 내년 6월에는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가 열린다.
모스크바영화제는 특히 칸·베를린·베니스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영화제다. 주로 동구권과 제3세계 영화들이 참가해오다가 최근 문호가 개방돼 85년의 14회 때는 미국이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참가,「노먼·주이슨」의『범사이야기』가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영화제를 주관하는 영화제 조직위원회는『영화제 정신에 어긋나거나 참가국중 한나라의 국가감정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는 작품은 참가를 거절할 수 있다』는 독특한「거부권규정」을 갖고있어 우리영화가 참가하는데 큰 장애가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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