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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특수활동비, 예산 심의서 절반 삭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가정보원장 몫의 특수활동비가 대폭 삭감된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도 깎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논란의 여파다.

정보위 소위, 연간 10억 넘게 깎아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상납’ 여파 #2002년 도청 논란 땐 3억 감액 #청와대 국민청원 ‘일방소통’ 논란 #SNS용 카메라 예산 6억여원 삭감

국회 정보위는 27일 예산결산심사소위를 열어 국정원 예산안 심사를 마쳤다. 한 정보위원은 회의 뒤 “전임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매달 1억원씩 상납했다고 하는데 그만큼의 액수는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정원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연간 규모론 10억원 이상을 삭감키로 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정보위원도 “문제가 된 (국정원장 몫의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 같은 부분을 손질했다”며 “국정원장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돈을 절반 정도로 깎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전체의 특수활동비(본예산 성격)도 감액됐다고 한다. 올해 국정원이 제출한 특수활동비는 지난해와 동일한 493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활동비 대신 ‘안보비’란 명목으로 제출했으며 과거보다 세부 내역도 제공했다고 한다. 정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정원에 ‘페널티(벌)’를 준 것”이라며 “정확한 감액 규모는 국정원과 협의한 뒤 29일 전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깎인 건 2002년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에 의한 도청(盜聽)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체 특수활동비에서 100억원이 삭감됐다. 또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건 국정원장이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에게 준 용돈 1000만원의 출처가 ‘국정원 돈’이란 논란이 일면서 국정원장이 쓸 수 있는 판공비 격인 지휘활동비도 3억원 삭감됐다. 정보위원들은 “2002년 때보다 올해 전체 특수활동비는 물론이고 국정원장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에서의 삭감 규모가 더 크다”고 전했다.

한편 정보위에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감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정보위 예결소위는 이례적으로 지난 20일부터 네 차례 회의를 열어 세부 항목의 사용처를 따져 왔다. 정보위원은 “내부적으로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방안과 외부 전문 심사 인원을 투입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방송국이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유튜브 등 청와대 채널을 통해 “내년에 임신 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가 아닌 청와대가 자체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서다.

청와대의 소통 방식이 방송국 수준의 자체 영상 제작까지 갔다. 지난 3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전 11시50분에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란 ‘뉴스’까지 한다. 그러나 “사실상 일방향 홍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국회 예결위에선 청와대의 영상 촬영장비 예산안을 두고 “청와대에 방송국을 차리는 게 아니잖느냐. 무슨 카메라를 사고 그러느냐”(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청와대에서) 영상 제작해서 되고 있다. 왜 이렇게 돈을 쓰려고 하느냐”(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카메라 렌즈 5개 구매비용 등 6억7000만원이 삭감됐다.

김록환·허진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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