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하드포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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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컴퓨터(맥북은 제외합니다)를 켜면 틴틴 여러분은 어떤 화면을 만나게 되나요? 아마 ‘윈도’(실제로 아이콘이 창문처럼 생겼습니다)라는 운영체제(OS)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를 구동하려면 필요한 기본적인 프로그램이죠.

암호화폐 업그레이드의 한 방식 #새로운 암호화폐 탄생할 수도 #8월엔 비트코인서 BCH 분리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결과입니다. 때가 되면 보안을 강화하고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윈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암호화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걸 암호화폐, 혹은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에서는 ‘포크(fork)’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포크는 원래의 한곳에서 분기가 발생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밥 먹을 때 쓰는 포크 모양을 떠올려 보세요. 손잡이는 하나인데 끝이 2~4개로 갈라졌습니다.

그렇게 갈라졌더라도 이전 버전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곧 호환성 여부에 따라 포크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소프트포크(soft fork)와 하드포크(hard fork).

소프트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되는 업그레이드를 말합니다. 옛날 버전과 현재 버전이 공존할 수 있죠. 그렇지만 만약 다수가 이전 버전을 쓴다면 업그레이드를 한 의미가 퇴색됩니다.

보다 강력한 업그레이드가 하드포크입니다. 하드포크를 하면 옛날 버전의 블록체인을 쓸 수 없습니다. 때문에 옛날 버전의 블록체인 상에서 개발하고, 채굴하고, 이용하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업그레이드에 찬성해야 하드포크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윈도의 경우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버전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만들어 팔면 끝입니다. 그런데 암호화폐의 정신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입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집니다. 암호화폐에 관계된 이들 중 누군가가 업그레이드에 반대하면 아예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거나, 두 가지 버전의 암호화폐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곧, 하드포크를 한다고 반드시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드포크 때 원래 암호화폐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지난 8월 비트코인 하드포크 때 그랬습니다. 거래 처리 용량을 늘리는 업그레이드 방식을 놓고 비트코인 개발자들과 채굴자들의 주장이 갈렸고, 결국 채굴자들 주도로 비트코인캐시(BCH)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엔 ‘채굴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하드포크로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골드(BTG)가 분리됐습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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