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함께 훈련해도 3위는 거뜬" 코칭스태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진선유(18.광문고 2)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때도 3위 정도로 골인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1m64㎝.56㎏으로 체격도 좋고 스피드와 파워가 넘친다.

그 힘의 원천은 성실함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남자선수들이 힘이 달려 헉헉거릴 때도 선유는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고 말했다. 진선유는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세 차례 모두 "남들보다 많이 연습하고, 남들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 이 종목 올림픽 4연패를 이룬 선수들이 코리아하우스에서 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은경, 전다혜, 강윤미, 진선유, 변천사. 3관왕에 오른 진선유는 금메달 3개를 목에 걸고 있다. 토리노=조성준 대학생 사진기자(후원 LG상사·Canon)

대구에서 태어난 진선유는 경북사대 부속초등학교 1학년 때 빙상장에 갔다가 스케이트에 빠졌다. "우연히 링크에 갔는데 하루 종일 나오지 않더라"고 아버지 진대봉씨는 당시를 기억했다. 스케이트를 신은 지 1년 만에 전국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 정도로 소질을 보였다.

경북사대부중을 거친 진선유는 2004년 봄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2004년 10월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3000m 수퍼파이널과 계주 우승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05년 2월 월드컵에서 여자 개인종합 1위,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보르미오 제3차 월드컵에서는 4종목을 석권하면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진선유는 "1500m와 1000m 등 중장거리 종목에는 자신 있었다. 도와주신 코치 선생님들과 언니.오빠들, 특히 (변)천사 언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관왕에 대해서는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3관왕 얘기를 들었을 땐 부담감도 느꼈다. 1500m에 제일 자신이 있어 첫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다른 종목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장에 들어가서 '한 번만 참고 잘 타자'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부담감을 훌훌 털었다"며 좋아했다.

진선유의 앞길은 아직도 멀다. 2010 올림픽에서 진선유는 한국의 대들보로 뛰어야 한다. 아버지 진대봉씨는 "다음 올림픽에서는 4관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선유는 "할 일은 많은데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놀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웃었다. 진선유는 고구마 케이크를 좋아하는 10대 여고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