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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사드 봉인? 이제 시작” 중국의 전방위 압박 행태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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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이 반복적으로 한국의 추가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측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새로운 논리들을 들고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방위 공략 중인 중국=중국은 트랙1(정부)과 트랙2(민간)를 나눠 치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단계적 처리’를 들고 나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를 강조하며 ‘행동’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한국의 추가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측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를 12월 한·중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하는 데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은 ‘장외 병기’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3불(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국의 미사일방어(MD) 편입 등의 불가)에 더해 ‘+∝’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3일 ‘3불1한(3불과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사용 제한)’에 이어 24일에는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중·한 관계가 낮은 단계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3불 이행을 촉구했다.

중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중 학계에서는 중국이 사드 기지 시찰과 차단벽 설치를 요구했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사드 기지 시찰은 이미 4~5월쯤 중국이 요구했던 사안인데, 새 논리와 헌 논리 모두 들고 나와 사드 문제를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며 “현재 배치된 사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평창’ 탓 주도권 넘긴 한국=중국의 이런 태도는 10·31 협의 결과에서 비롯됐다. 당시 양국은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중국은 이를 이용해 사드와 관련한 군사 기술적 문제를 추가로 제기하려는 것이다. 반면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은 물론, 한국의 우려를 다룰 메커니즘에 대한 규정은 빠졌다.
발표문에는 한국이 사드 배치라는 자위적 결정을 한 원인이 북핵 위협이라는 내용도 빠졌다. 중국이 단계적 처리를 주장하며 “최종 단계는 사드 철수”라고 하는데, “북핵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안 된다”라고 맞받을 근거가 10·31 발표에는 없다.
이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이른바 ‘평창 구상’에 정부가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두르는 쪽이 협상에서 더 양보할 수밖에 없는 논리다.
10·31 발표 이후 중국에 맞서는 정부의 태도가 수세적이기도 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중국을 향해 ‘북핵 위협이 제거되기 전에는 사드를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다섯 번이나 재촉하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의 ‘단계적 처리’ 입장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회담 중에 이를 ‘현 단계에서 문제를 봉합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에서 일단락을 짓고 조속히 교류 협력이 발전궤도로 회복하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인 것으로 이해가 된다”고도 말했다. 중국이 추가적 조치를 압박하고 있는데도, 중국 측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낙관하는 듯한 태도였다.
외교 소식통은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시 주석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한국 측 패인데 이를 모두 공개해버렸다. 수를 읽은 중국이 이제는 ‘더 내놓으라’는 식의 고자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시하는 미국=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한·중 관계 개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국의 3불 표명 직후 “확정적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이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는 여전히 한·중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드 기지 시찰이나 차단벽 설치 등은 한·중 간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중국에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 측이 10·31 발표 문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만 답하기도 했다.
최근 미 정부 당국자들을 만났다는 국제관계 전문가는 “미국도 중국이 사드 문제로 추가적 요구를 하는 것을 알고 있더라. 그러면서 ‘한국은 앞으로 전략무기를 배치할 때마다 중국의 허락을 받을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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