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능 상황본부장 “10일간 집에 못 가…연기 잘한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김준호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장이 23일 포항교육지원청에서 수능 시험이 끝난 뒤 홀가분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호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장이 23일 포항교육지원청에서 수능 시험이 끝난 뒤 홀가분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장을 맡은 김준호 경북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연합뉴스를 통해 “시험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와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원들은 애초 수능 예정일이던 지난 16일 전부터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관리했다. 그러던 중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났다.

지진 없이 무사히 끝난 수능 23일 오후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경북 포항시 이동중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송봉근 기자

지진 없이 무사히 끝난 수능 23일 오후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경북 포항시 이동중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송봉근 기자

 김 본부장은 “연기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진통이 많았다”며 “애초 수능 예정일인 16일에 여진이 왔던 만큼 결과적으로 보면 연기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3일 경북 포항시 포항이동고등학교 수능시험 시험장에서 버스가 비상 대기중이다. 송봉근 기자

23일 경북 포항시 포항이동고등학교 수능시험 시험장에서 버스가 비상 대기중이다. 송봉근 기자

 수능을 연기한 이후에도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시험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포항 27개 고교 교장과 고등학교 3학년 부장, 학교운영위원장이 모아 협의했다. 포항고와 포항 장성고, 대동고와 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을 남구에 있는 포항제철중과 오천고, 포항포은중과 포항이동중으로 옮겼다. 기존 시험장은 지난 15일 5.4 규모 지진 진앙과 가까워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어서다.

경북 포항지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김상곤(왼쪽) 교육부총리가 포항고등학교를 방문해 이영우 경북도교육감과 함께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체육관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지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후 김상곤(왼쪽) 교육부총리가 포항고등학교를 방문해 이영우 경북도교육감과 함께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체육관 외벽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그 뒤에도 그와 상황본부원들은 만약 사태에 대비해 경주·영천·경산에 예비시험장을 마련하고 학생 이동수단을 짜는 등 각종 계획을 세웠다. 집에 갈 시간도 없었고 밤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포항에 상주하다시피 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22일 밤부터 포항에 머물렀다.

 김 본부장은 “수험생들은 이제 시험이 끝났지만 관리하는 우리는 아직 답안지를 보관했다가 내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보낼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며 “내일 저녁에는 상황본부원들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