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김동선 처벌 불원”, 수사 경찰 한화 부자와 2대 인연

중앙일보

입력

김앤장 변호사 2명 “김동선씨 처벌 원치 않아”

21일 오후 서울 관철동 주점에서 경찰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동선 씨의 변호사 폭행 사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 관철동 주점에서 경찰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동선 씨의 변호사 폭행 사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28)씨에게 폭행 당한 의혹이 있는 변호사들이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행사건 피해 의심 변호사 2명을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폭행 당한 사실이 있지만 추가 피해는 없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2명 모두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사는 22일 오후 4시부터 23일 오전 1시까지 진행됐다.

수사팀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현장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두 사람은 조사에서 “술에 취한 김씨로부터 ‘주주님이라 불러라’ ‘허리 꼿꼿이 세우고 앉아라’ ‘존대말 해라’ 등의 막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고가 난 다음날 김씨가 카카오톡으로 사과 문자를 보냈고 뒤늦게 화제가 돼 최근 재차 사과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경찰은 동석한 다른 변호사들을 상대로 추가 피해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당시 술집에 있던 다른 테이블 손님 등 제3의 목격자들과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사건 당시 술집에 손님이 한 테이블 더 있었다. 업소 측이 임의로 제출한 카드결제 내역을 토대로 이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 두 달 전인 지난 9월28일 밤 서울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 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만취한 김씨는 변호사들에게 막말을 하고 자신을 부축하는 변호사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등 폭행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 경찰은 한화그룹 부자와 2대째 인연

한편, 김동선씨 사건을 수사 중인 윤철희 광역수사대 팀장은 지난 2007년 김승연(6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도 수사했다. 김 회장은 최근 김동선씨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도 피해자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팀장은 “지금과 비교하면 10년 전 사건은 피해가 분명해 수사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김씨의 폭행 건은 사고 시점도 많이 지났고 피해자들까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고 있어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시 22세이던 차남 김동원(32)씨가 서울 북창동의 한 클럽에서 종업원들과 다툰 끝에 부상을 입자 보복 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졌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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