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는 집 살며 뇌물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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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주지검은 29일 승진인사와 관련해 공무원들로부터 2억1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이철규(李哲圭.63) 전북 임실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李군수는 2002년 1월과 올 8월 실시한 인사를 전후해 6급 직원 7명으로부터 1인당 3천만~3천5백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7명 중 6명은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1명은 승진에 누락돼 자살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 공무원은 李군수의 조카인 李모(47.자영업)씨에게 현금으로 뇌물을 전달했으며, 李씨는 이 돈을 李군수 부인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올 8월 승진한 A씨는 2001년 3천만원을 건넨 뒤 높은 근무평점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바로 옮겨 1년8개월간 보직관리를 한 뒤 면장으로 발령받았다.

B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지붕이 샐 정도로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주변에서 3천만원을 빌려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이들이 어린데다 올해 승진을 못하면 내년에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털어놨다.

지난 17일 승진탈락을 비관, 극약을 먹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노모 계장의 부인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전 1천만원을 주었고, 올 7월 2천만원을 화장품 상자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공무원은 자금 추적을 우려해 자신들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지 않고 친.인척들로부터 3천만원을 빌려 전달한 뒤 나중에 갚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李군수는 "일부로부터 선거지원금은 받았지만, 승진을 대가로 돈을 받지는 않았다"며 수뢰혐의를 부인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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