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는 연기, 배우 장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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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저예산,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 영화들이 있다. 그 인상의 팔할을 채우는 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연기를 펼친 배우의 얼굴이다. 11월 독립영화에서 찾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배우 셋.

'소통과 거짓말'의 '여자', '해피뻐스데이'의 '정복' #배우 장선 인터뷰

장선/ 사진=정경애(STUDIO 706)

장선/ 사진=정경애(STUDIO 706)

장선(29)을 마주하고 한참 눈을 끔뻑거렸다. ‘소통과 거짓말’(11월 9일 개봉, 이승원 감독)에서 넋 나간 얼굴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려 몸부림치는 ‘여자’, ‘해피뻐스데이’(11월 9일 개봉, 이승원 감독)에서 온라인 게임만 빼고 세상 모든 걸 비웃는 ‘정복’을 연기한 이가, 검은 단발에 해맑은 미소로 웃고 있는 이 사람이 맞단 말인가.

“나도 두 영화 속 내 모습이 낯설다”며 수줍게 웃을 때조차 이 사람이 그런 연기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015년에 촬영한 첫 장편영화 ‘소통과 거짓말’에서 그는 스스로 벌주듯 마조히즘 섹스에 매달리는 여자를 연기했다. 두 번째 장편 ‘해피뻐스데이’의 정복은 온라인 게임 중독자. 역시 파격적 캐릭터다.

장선 / 사진=정경애(STUDIO 706)

장선 / 사진=정경애(STUDIO 706)

“둘 다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내게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세상 어디엔가 있을 그 삶을 내가 대신 살아서, 나만큼은 그를 변호해 주는 거다. 두 영화 모두 후반에 그 인물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등장한다. 그렇게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때,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 정말 행복하다.”

“둘 다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내게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세상 어디엔가 있을 그 삶을 내가 대신 살아서, 나만큼은 그를 변호해 주는 거다. 두 영화 모두 후반에 그 인물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등장한다. 그렇게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때,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 정말 행복하다.” 이 말에 비결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연기가 ‘파격’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너머 내면의 상처와 소외된 자들의 외로움, 세상살이의 두려움을 바라보게 하는지 말이다.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소통과 거짓말’로 그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안긴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아나스포라’ ‘두 형사 이야기’ 등 숱한 연극 무대를 거쳤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도 ‘액션!’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손이 시릴 정도로 떨린다”는 그는 “이제야 영화 연기의 매력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도 힘들 때는 모두가 서로를 믿고 한마음이 됐던 ‘소통과 거짓말’의 촬영장을 생각한다.” 진정한 위로는 늘 떨리고 애틋한 법이다. 그 따뜻한 연기가 스크린 위에 오래도록 꽃 피기를.

장선 / 사진=정경애(STUDIO 706)

장선 / 사진=정경애(STUDIO 706)

주목 이 장면 

'소통과 거짓말'

'소통과 거짓말'

‘소통과 거짓말’에서 여자의 마지막 장면. “‘그 사건’ 이후 여자가 처음으로 인간관계에 기대를 걸었다 좌절한다. 다른 센 장면들에 비해 잔잔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의 그 마음을 가슴에 크게 품고 연기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정경애(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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