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시설로 오인했던 중국 중세 아파트, 토루를 가다
전란과 재난을 피해 중국 북부지역에서 푸젠(福建)성 등 남부지역으로 이동한 대표적인 집단을 객가인(客家人)이라 부른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 이란 뜻의 객가인은 타민족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지금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집단 주거형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토루(土樓)다. 토루는 송·원(宋·元) 나라 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명(明) 왕조 초·중기에 가장 널리 지어졌다.
토루는 원형과 사각 형태로 견고하게 만든 4~5층 짜리 흙 건물로, 1·2층은 창이 없고 1m 이상의 두꺼운 흙벽으로 지어져 있다. 건물의 마당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과 조상을 모시는 사당인 조당(祖堂)이 있다. 한 가구가 1~5층까지 소유하는데 1층은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식당, 2층은 창고, 3~4층은 침실, 5층은 망루로 사용했다. 망루격인 5층에 올라 조당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 전체 세대에 음성이 쉽게 전달된다. 건물의 원형구조가 소리를 모아 퍼지게 하는 스피커 역할을 해 외부의 침입을 알리기에 효과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늘에서 본 토루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들이 모여 있어 미사일 기지등 군사시설처럼 보인다. 실제 냉전시대 미국은 첩보위성에 찍힌 토루를 보고 핵 설로 오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땅에서 본 토루는 빈틈 없는 요새로 보인다. 뚫려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문을 걸어잠그면 안으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폐쇄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지난 200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객가인들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해서 동양의 유대인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교의 10% 정도와, 쑨원(孙文), 덩사오핑(邓小平)을 비롯해,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리 등도 객가인의 혈통이 섞여 있다고 알려져 있다.
푸젠성=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