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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미국이 핵시설로 오인했던 中 중세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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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핵시설로 오인했던 중국 중세 아파트, 토루를 가다 

전란과 재난을 피해 중국 북부지역에서 푸젠(福建)성 등 남부지역으로 이동한 대표적인 집단을 객가인(客家人)이라 부른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 이란 뜻의 객가인은 타민족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지금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집단 주거형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토루(土樓)다. 토루는 송·원(宋·元) 나라 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명(明) 왕조 초·중기에 가장 널리 지어졌다.

중국 푸젠성 난징(南靖)현에 있는 54세대의 원형 토루. 이곳에 거주하는 한 노파가 마당 가운데 위치한 조당 앞을 지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국 푸젠성 난징(南靖)현에 있는 54세대의 원형 토루. 이곳에 거주하는 한 노파가 마당 가운데 위치한 조당 앞을 지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토루는 원형과 사각 형태로 견고하게 만든 4~5층 짜리 흙 건물로, 1·2층은 창이 없고 1m 이상의 두꺼운 흙벽으로 지어져 있다. 건물의 마당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과 조상을 모시는 사당인 조당(祖堂)이 있다. 한 가구가 1~5층까지 소유하는데 1층은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식당, 2층은 창고, 3~4층은 침실, 5층은 망루로 사용했다. 망루격인 5층에 올라 조당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 전체 세대에 음성이 쉽게 전달된다. 건물의 원형구조가 소리를 모아 퍼지게 하는 스피커 역할을 해 외부의 침입을 알리기에 효과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토루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관광객들은 1층만 둘러볼 수 있고 2~5층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 김상선 기자

관광객들이 토루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관광객들은 1층만 둘러볼 수 있고 2~5층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 김상선 기자

하늘에서 본 토루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들이 모여 있어 미사일 기지등 군사시설처럼 보인다. 실제 냉전시대 미국은 첩보위성에 찍힌 토루를 보고 핵 설로 오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땅에서 본 토루는 빈틈 없는 요새로 보인다. 뚫려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문을 걸어잠그면 안으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폐쇄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지난 200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객가인들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해서 동양의 유대인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교의 10% 정도와, 쑨원(孙文), 덩사오핑(邓小平)을 비롯해,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리 등도 객가인의 혈통이 섞여 있다고 알려져 있다.
푸젠성=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전라갱토루군(田螺坑土楼群). 원형토루 3개, 타원형 토루 1개, 사각형토루 1개로 구성돼 있다. 김상선 기자

전라갱토루군(田螺坑土楼群). 원형토루 3개, 타원형 토루 1개, 사각형토루 1개로 구성돼 있다. 김상선 기자

원형 토루. 외벽은 흙벽으로 돼 있지만 안쪽은 목재로 건축됐고 지붕은 기와다. 김상선 기자

원형 토루. 외벽은 흙벽으로 돼 있지만 안쪽은 목재로 건축됐고 지붕은 기와다. 김상선 기자

토루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세탁한 옷을 침실앞 복도에서 걸어놓았다. 김상선 기자

토루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세탁한 옷을 침실앞 복도에서 걸어놓았다. 김상선 기자

토루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3, 4층에 난 작은 창으로 외부 상황을 파악한다. 김상선 기자

토루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3, 4층에 난 작은 창으로 외부 상황을 파악한다. 김상선 기자

토루 3,4층에 뚫려 있는 차을 통해 바라 본 외부 모습. 김상선 기자

토루 3,4층에 뚫려 있는 차을 통해 바라 본 외부 모습. 김상선 기자

토루 1층은 원래 식당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관광상품 매장으로 바뀌었다. 김상선 기자

토루 1층은 원래 식당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관광상품 매장으로 바뀌었다. 김상선 기자

토루 주거민들이 거주하는 복도에 실내화가 놓여져 있다. 김상선 기자

토루 주거민들이 거주하는 복도에 실내화가 놓여져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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