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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 첫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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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외 록 밴드 내한 공연 초유의 5700여 석 전석 매진. 그것도 티켓 오픈 3주 만의 기록이다. 불황의 공연 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오아시스'. 1990년대 브릿팝의 제패자이자 최후의 생존자다.

94년 결성 이래 12년 만에 한 이들의 첫 내한공연(사진)을 보기 위한 열성팬들로 2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주변은 후끈 달아올랐다. 공연 시작은 저녁 8시였지만 늦은 오후부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우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통기타 반주에 맞춰 'Live Forever' 'Don 't look Back in Anger'를 합창하며.

굳센 추종자들을 가진 오아시스지만 그들에겐 거만과 독설의 이미지가 있다. 늘 동료 밴드들에게 험담을 퍼붓고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태연스레 말한다.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매너도 좋고 유머 감각도 만점이었다.

공연 당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밴드의 리더 노엘 갤러거는 재치있는 답변으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보컬 리엄 갤러거는 스스로 오아시스를 최고의 밴드로 꼽는 자긍심은 여전했지만. 그러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6집 'Don't Believe The Truth'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Wonderwall''Live Forever' 같은 대표곡을 섞어 총 19곡을 들려준 오아시스는 한결같이 추구해 온 록큰롤로 공연장을 압도했다. 몸을 활처럼 비스듬히 세운 채 고개를 들고 노래하는 리엄의 견고한 카리스마는 오랜 기다림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무엇보다도 음반에 담아낼 수 없는 뜨겁고 격정적인 사운드가 몰아쳤다.

마지막 곡 'Rock 'n' Roll Star'를 연주할 때 객석 전체에 파도가 술렁였다. 앙코르로 'Don't Look Back in Anger'를 부르자 스피커의 소리보다 더 큰 합창이 공연장을 울렸다. 'Stand By Me'같은 대표적 히트곡이 프로그램에서 빠진 게 아쉽긴 했다. 그러나 이 아쉬움은 이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다시 생기길 바라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원초적 로큰롤이 혈액의 온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공연을 생각할 때마다 다시 데워지리라.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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