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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전 난방기기 플러그 꼭 뽑아주세요' 난방용품 화재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오전 2시 4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이 아파트 6층에 사는 주민 A씨는 타는 냄새에 눈을 떴다. 창밖에선 검은 연기와 불꽃이 보였다. 아래층에 사는 이모(48·여)씨의 집에 불이 난 것이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30분 만에 꺼졌다.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현장. 소방 당국은 집 안의 전기매트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분당소방서]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현장. 소방 당국은 집 안의 전기매트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분당소방서]

하지만 이 화재로 이씨가 숨지고 이씨의 남편(51)과 아들(20), 딸(18) 등 3명이 얼굴과 다리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는 발코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딸은 방 안에 쓰러져 119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78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또 아파트 주민 50여 명이 한밤에 피신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추운 날씨탓 난방기기 사용 늘면서 관련 화재 급증 #장판 등 전기매트로 인한 사고만 지난해 61건 발생 #전원꺼도 콘센트 꼽혀 있으면 잔열 등으로 화재 #소방 "외출시 난방용품 플러그 등 꼭 뽑어야"

소방당국은 이씨의 아들 방에 설치된 전기장판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장판의 전원선에서 통전 된 배선이 화재 열로 인해 배선 피복이 탄화된 뒤 단락돼 생긴 흔적인 '용융 흔'이 발견됐고, 침대가 심하게 불에 탔다. 경찰 등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달 들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난방기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한 화재도 잇따르면서 소방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도내에서 난방기기에 의해 발생한 화재는 2014년 538건, 2015년 492건, 지난해 410건 등 3년간 1440건에 이른다. 난방기기별로는 나무·목탄난로가 28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장판·담요·방석류 192건, 전기 히터·스토브 191건, 가정용 보일러 18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계절용기기 화재 410건을 분석해보니 나무·목탄난로로 인한 화재가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기장판·담요·방석 등 전기매트 사고가 61건이었다. 그리고 전기 히터가 59건, 가정용 보일러 54건 등의 순이었다.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계절용기기로 인한 화재는 여름보다는 기온이 떨어지는 11월~3월에 주로 난방기기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매트로 인한 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65건, 2015년 66건, 지난해 61건 등이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11시 50분쯤 군포시의 15층짜리 아파트 박모씨(81·여)의 집에서 난 불도 전기장판이 원인이었다. 전기장판 전선에서 단락 흔(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난방기기의 경우 전원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꼭 빼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원이 꺼져있어도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고양시의 한 주택에서는 전원이 꺼져 있던 전기요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집주인 B씨는 "오전 9시에 출근을 하면서 전기요의 전원을 껐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B씨가 사용한 전기요의 전원은 꺼져 있긴 하지만 온도 조절부의 회로 이상으로 꼽혀있는 전원 플러그를 통해 전기가 유입되면서 전기요가 가열돼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의 한 가정집의 전기요에서 불이 났다. 당시 이 집의 전기요의 전원은 꺼져있었지만 콘센트는 꼽혀있었다. [사진 고양소방서]

지난 3일 경기 고양시의 한 가정집의 전기요에서 불이 났다. 당시 이 집의 전기요의 전원은 꺼져있었지만 콘센트는 꼽혀있었다. [사진 고양소방서]

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전기장판 등 매트를 사용하기 전 먼지를 꼭 제거한 뒤에 열선 부위가 끊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고 돌돌 말거나 접어서 보관하는 경우엔 열선 파손의 우려가 있으니 매트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장시간 외출할 때는 플러그를 꼭 뽑아 놓고 열이 쉽게 쌓이고 배출되지 않는 라텍스(천연고무) 소재 침구류에는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에 대비해 난로 주변에는 꼭 소화기를 구비해두고, 보일러 사용 전에는 안전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며 "최근엔 동파방지용 열선을 사용하다 불이 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열선 끝부분을 완벽하게 마감 처리하고 열선 주변에 옷가지 등을 넣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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