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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뜻밖에도 서울대 어학연구소에 성문연구실이 있었다. 2, 3년 사이에 생긴 모양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여러 전문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요즘 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는 혜준양 유괴사건도 성문분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녹음테이프 속에 담긴 범인의 음성은 너무 생생해 바로 옆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현재의 성문 분석기술에 따르면 소리의 녹음상태가 좋은 조건이면 3백㎜초의 녹음 샘플만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그 시간이 1초면 샘플 확정률이 90%이상, 10초 이상이면 99%까지 높아진다.
그 점에선 혜준양의 범인은 비록 정체는 보이지 않지만 윤곽은 상당히 드러난 셈이다.
성문은 입(구)의 크기, 입 속의 용적, 머리(두개골)의 크기, 체격 등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일본에선 성문만 가지고 그 사람의 체격과 얼굴 생김을 몽타주로 그려낸 일도 있었다.
우리가 말할 때 내는 소리는 그 속에 여러 가지의 주파수가 포함되어 있다. 처음 얘기를 시작할 때의 조용조용한 목소리는 1백헤르츠 정도, 목소리가 높아지면 7천∼8천헤르츠까지 오른다.
그런 주파수분포(스펙트럼)를 면밀히 조사해 컴퓨터로 분석하면 어떤 일정한 무늬를 나타낸다.
일본 제일의 성문감정가로 알려진 「스즈키」(영목송미·전일본경찰청 기관)라는 전문가는 12만명분의 성문자료를 통해 우선 그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패턴을 작성했다. 상하 5세정도의 오차로 나이추정이 가능했다.
이런 의문은 손금(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벌써 1945년 미국 벨연구소의 「포터」 박사가 성문연구의 신경지를 개발했다. 그후 역시 벨연구소의 「로런스·카스터」박사가 사람마다 성문의 특징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늘은 성문이 법정의 증거로 채택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혜준양 유괴사건의 경우도 먼저 범인의 성문이 그의 정체를 드러내는 단서가 되고, 나중에 범인을 붙잡았을 때 꼼짝 못할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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