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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쇼’ 중단 두 달, 새로운 길 모색하나? 계산기 두드리나?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을 두 달째 멈추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을 쏘고 엿새 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성명(국무위원장 성명)을 통해 미국을 향해 ‘불맛’을 보여주겠다고 위협했지만 14일 오후까지 잠잠했다.

9월 15일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두 달째 잠잠 #트럼프 방한 기간 맞춰 추가 도발 예상했지만 관망세 #북미 물밑접촉 결과 지켜보나, 올해 목표 달성했나, 날씨 영향인가 다양한 분석

 특히 정부는 지난 7~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하기 9시간 전 미사일을 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적이 있다”며 “10월부터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트럭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등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여 집중적으로 감시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장사”(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거나 “늙다리 수전노”라고 폄훼하고 있지만, 미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만한 ‘군사행동’은 못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ㅜ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시찰에는 부인 이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ㅜ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시찰에는 부인 이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역시 9월 이후 과수원이나 화장품 공장 등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며 군사 관련 공개활동을 멈췄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중단한 뒤엔 도발로 여길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한 적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국면전환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4일 트럭을 만드는 ‘3월 16일 공장’을 현지지도한 뒤 열흘째 조용한 모습이 추가 도발을 준비하고 있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이후 정국과 관련한 구상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6차례, 14차례씩 발사하며 신형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북한의 추가도발 중단과 관련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북미 접촉 가능성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은 메시지가 오가는 2∼3개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서로가 결국 ‘그래,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고, 조셉 윤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이 약 60일간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이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앞서 9월 말엔 “북미 간 2~3개의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북미 간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으며, 14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도 북미 대화와 관련해 한국 측과 협의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얹는 추가도발을 자제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 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이미 올해 목표를 달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올 3월 18일 미사일 엔진 연소실험 직후 관계자를 업어주며 ‘3.18혁명’이라고 했다. 이후 이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초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등 미사일 개발 책임자들을 대동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기도 했다. 또 북한이 연말에는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총화(결산)와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특징을 보여왔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들어 지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10월 말 이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지난해 10월 20일 무수단 미사일을 쏜 게 연중 마지막 미사일 실험인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 개량형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기는 했지만 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제외하곤 10월 말 이후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앞줄 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월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앞줄 왼쪽 둘째부터), 이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김정은 오른쪽), 전일호 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대동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북한 권력 실세들인 최용해(앞줄 왼쪽끝)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앞줄 오른쪽 끝) 대신 미사일 개발자들을 옆에 서도록 하며 챙겼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앞줄 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월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앞줄 왼쪽 둘째부터), 이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김정은 오른쪽), 전일호 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대동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북한 권력 실세들인 최용해(앞줄 왼쪽끝)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앞줄 오른쪽 끝) 대신 미사일 개발자들을 옆에 서도록 하며 챙겼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기술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개발 중인 화성계열 미사일의 경우 산화제(공기가 희박한 공중에서 엔진 연소를 돕는 물질)로 사산화이질소(N2O4)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산화이질소는 영하 11도 이하에서 얼고, 영상 22도 이상에서 끓는점이 형성돼 이동식 발사대(TEL)를 사용하는 북한 입장에서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온도의 영향을 덜 받는 적연질산(IRFNA)을 산화제로 사용하거나, 스커드나 노동ㆍ무수단 미사일 등은 언제든 기습발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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