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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돈 빌려준 핀테크 업체, 3년 만에 미국 상장한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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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대상 온라인 대출 사업으로 창립 3년 만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중국 핀테크 업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업의 이름은 취뎬(趣店). 중국 1위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저력 있는 회사다.

미국시간 10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취뎬. [사진 ww.w.hibor.com.cn]

미국시간 10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취뎬. [사진 ww.w.hibor.com.cn]

취뎬은 미국시간 10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총 3750만주를 발행한 취뎬의 공모가는 주당 24달러. 희망 공모가 19~22달러보다 높은 액수로, 9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올 들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중국계 기업 중 최대 조달액이다.

올해 2분기까지 취뎬에 가입한 회원 수는 한국 인구와 맞먹는 4790만 명.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는 2900만 명 정도다. 이중 560만 명 가량이 실제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322억 위안(5조 4077억 원)에 달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382억 위안(6조 4153억 원)을 웃도는 액수가 거래됐다. 이에 힘입어 취뎬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400% 가까이 폭증했다.

설립 3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 입성에 성공한 뤄민 취뎬 창립자. [사진 시나]

설립 3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 입성에 성공한 뤄민 취뎬 창립자. [사진 시나]

취뎬 창립자는 올해 34세의 젊은 남자다. 이름은 뤄민(罗敏). 나이는 많지 않지만 중국 창업 시장에서 구를대로 굴렀다. 20대 초반부터 잘 나갈 것 같은 사업에 모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손 대는 족족 실패했다.

그에겐 '루저(Loser)', '배신자' 같은 꼬리표만 따라다녔다. 그가 잘하는 일이라곤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전단지 돌리기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아니, 기회라기보다는 행운이 넝쿨째로 찾아왔다. 2013년 8월 동향 친구인 샤오원제(肖文杰)가 펀치러(分期乐)라는 온라인 대학생 대출 플랫폼을 만들어 뤄민을 영입한 것.

그런데 뤄민은 7개월 뒤 펀치러를 떠났다. 그러고는 취펀치(趣分期)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펀치러와 같은 대학생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그에게 '배신자' 꼬리표가 붙은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대 초반부터 창업에 뛰어든 뤄민. [사진 촹르바오]

20대 초반부터 창업에 뛰어든 뤄민. [사진 촹르바오]

취펀치는 펀치러처럼 대학생의 소비를 위한 대출/할부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중국에서 일반 직장인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데 대학생은 오죽했으랴. 신용카드가 없는 대학생들은 아이폰 같은 고가품을 할부로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취펀치는 바로 이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이었다.

그 결과 1개월 만에 초기 10개 도시에서 300개 도시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일손이 딸려 인턴이 들어오면 3일간 빡세게(?) 훈련시켜 전국 각지로 영업을 보낼 정도였다.

창업 초기 뤄민은 직원들을 달달 볶았다. [사진 셔터스톡]

창업 초기 뤄민은 직원들을 달달 볶았다. [사진 셔터스톡]

뤄민은 직원들에게 "굶주린 늑대처럼 굴라"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하기를 주문했다.

뤄민이 얼마나 지독했냐면 매일 밤 랜덤으로 목표 고객군에게 전화를 돌려 취펀치 홍보 전단지를 받았는지 체크했다. 만약 안 받았다고 하면 그 구역 담당자에겐 급여를 주지 않았다. 잔혹했지만 효과는 상당했다. 경쟁사가 전단지를 붙이면 1시간 뒤 그 위에 취펀치 전단지가 붙었다.

공격적인 홍보는 실적 향상으로 이어져 설립 1년 만에 수백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마쳤다. 4개월 뒤에는 2500만~3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2015년 8월에는 드디어 핀테크 공룡 앤트파이낸셜까지 움직였다. 앤트파이낸셜 주도의 시리즈 D 펀딩에는 총 2억 달러(2243억 원)가 모집됐다. 현재 앤트파이낸셜 산하의 투자사는 취뎬의 지분 12.8% 보유한 5대 주주에 올라있다.

한 배를 탄 취펀치와 앤트파이낸셜. [사진 www.donews.com]

한 배를 탄 취펀치와 앤트파이낸셜. [사진 www.donews.com]

이후 취펀치는 알리페이 등 앤트파이낸셜 생태계와 밀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취펀치가 지금의 취뎬그룹(趣店集团)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때 즈음이었다.

취펀치는 앤트파이낸셜의 신용평가 시스템 즈마크레딧(芝麻信用)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신분과 신용을 검증하고 있다. 즈마크레딧 점수가 600점 이상이어야 대출을 해준다. 이 덕에 취뎬 고객의 연체율은 2%가 채 되지 않으며, 부실대출 비율은 0.001%도 안 된다.

세계 1위 모바일 페이먼트 알리페이를 통해 대량의 이용자가 취뎬으로 유입되자 본격적인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5년엔 5억 4200만 위안의 적자를 내던 것이 2016년에는 5억 7600만 위안(약 974억 원)의 흑자를 냈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흑자전환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이 10억 위안(약 1690억 원) 가량에 달했다.

뤄민 취뎬 창립자. [사진 tech.hexun.com]

뤄민 취뎬 창립자. [사진 tech.hexun.com]

뤄민은 최근 중국 네티즌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가뜩이나 '돈놀이'를 하는 고금리 대출업체의 상장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는데 뤄민이 “우리는 강제 추심을 하지 않는다.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를 한 일도 없다. 고객이 돈을 안 갚으면 그냥 선물로 준 셈 치고 있다”고 말한 것. 뤄민의 말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비난의 화살이 꽂혔으며, 이는 취뎬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대학생 자살 사건 등 온라인 대출로 인한 사회적 이슈가 대두되고 중국 정부까지 이 문제에 주목하자 취뎬은 지난해부터 대학생 대출 사업을 접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취뎬이 한 달에 대출해주는 액수는 70억 위안(1조 1762억 원) 정도다. 1000명의 직원이 매 분기마다 5억 위안(840억 원) 가량의 순익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취뎬의 주매출원은 금융 소득으로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취뎬을 100억 달러 가치로 키워낸 뤄민은 10점 만점에 8점이다.만점을 주려면 앞으로 3년은 기다려야 한다.왜냐하면 뤄민이 오늘 내게 말했다.그의 목표는 취뎬의 가치를 500억 달러로 키우는 거라고.- 취뎬 2대 주주 쿤룬완웨이(昆仑万维)의 저우야후이(周亚辉) 회장.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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