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사흘뒤 북한이 내놓은 반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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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우리 공화국(북한)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빼앗아 내려는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11일자로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가 5일부터 우리(북) 주변을 돌아치고 있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로서의 진면모를 낱낱이 드러내 놓았으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구걸하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은)손아래 동맹국들의 돈주머니를 털어내어 미국 군수독점체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전쟁상인의 장사 행각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외무성대변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진=노동신문]

외무성대변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진=노동신문]

대변인은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지난 9월 유엔총회 마당에서 우리 공화국의 절멸(”완전한 파괴“)이라는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댄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전면거부하는 망발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국가를 악마화하여 우리 정부와 인민을 갈라놓고 조선(북한)과 국제사회를 대치시켜보려고 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11일자 담화서 “전쟁상인의 장사행각에 불과” #"핵 무력 건설 완성으로 질주하도록 떠밀어, 대결서 최후승리할 것" #트럼프 트위터에 "김정은과 친구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는 지난 8일 북한을 “지옥”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독재자”로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사흘만이자 중국 방문(8~10일) 직후 내놓은 반응에서 북한은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지키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입장”이라며 “우리가 선택한 병진의 길이 천만번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 무력 건설 대업 완성으로 더 빨리 질주해나가도록 떠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또 “악의 제국 미국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최후승리를 이룩하고야 말 것”이라며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저속한 표현을 최대한 억제했다는 평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연설(8일)에서 북한을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북한을 자극히는 표현을 최대한 줄였다”며 “북한 역시 비슷한 반응을 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추후 행보를 관망하면서 대응수위를 조절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세계평화파괴자의 몰골을 드러낸 트럼프의 아시아 행각’이라는 기사에서 그를 ‘늙다리’‘전쟁 미치광이’‘테러 왕초’등으로 비판했다. 외무성의 공식 입장표명과 달리 언론을 통해선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너(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이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너(김정은)의 할아버지(김일성)이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김정은과 친구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에게 ‘작고 뚱뚱하다’고 하지 않는데 그는 왜 나를 ‘늙었다’고 모욕하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할 수 없지. 나는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데”라며 “어쩌면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라고도 했다. 지난 9월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으로 지칭했던 그가 김정은을 “작고 뚱뚱하다”는 표현을 반어적으로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10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 기자들을 만나 “미국과 북한이 서로 ‘그래,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결국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북미 간에 비공개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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