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중앙문예」문학평론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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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맙습니다. 뽑아주신 유종호 선생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스승인 오탁번 선생님,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이남호 선배님께도 이 기쁨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문학에 대한 은밀한 그리움을 키워온 몇 해를 두고 저는 문학이 도대체 무엇이고 이 광기와 기만으로 가득 찬 시간 속에서 무슨 효용이 있는가에 대한 해묵은 질문에 매달러 왔습니다.
이제야 저는 그 질문에 작은 느낌표 하나를 첨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학이 삶을 온전하게 갱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을 새롭게 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절망감 때문에 오히려 문학은 진실로 인간적 가치의 소중함을 증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절망감의 질과 넓이에 대해 늘 생각하겠습니다.
창작을 묶어두는 비평이 아니라, 창작의 근원적인 동력을 북돋우는 비평을 쓰고 싶습니다. 비평은 문학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비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7년 가을, 겨울, 그 거세고 황량한 세월의 한 모퉁이에서 타자기에 매달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조금은 지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먼 길이 있고, 그 길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희망만큼의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에 관한 한 저는 아직도 문맹입니다.
삶과 문학에 대한 제 부끄러움 다 지울 때까지 거듭나겠습니다.

<서울성북구 종암2동l08의58·고려대대학원국문과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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