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대여비 1조2600억 받고 아부다비에 첫 해외 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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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관을 앞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의 야경. 아부다비 도심 인근의 섬에 세워졌다. [AP=연합뉴스]

개관을 앞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의 야경. 아부다비 도심 인근의 섬에 세워졌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박물관 루브르가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11일(현지시간) 개관한다. 지난 2007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아부다비 설립에 합의한 지 10여 년 만이다.

오늘 개관, 9만7000㎡ 부지 돔지붕 #고흐 자화상, 알프스 넘는 나폴레옹 … #프랑스, 국내 박물관서 300점 대여

프랑스 측은 올해 개관을 앞두고 루브르를 포함해 프랑스 내 13개 박물관의 소장품 300점을 루브르 아부다비에 대여했다. 이 작품들 가운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 반 고흐의 ‘자화상’,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등이 포함됐다. 프랑스 측은 지난 9월 개관일을 공식 발표한 이래 항공기를 이틀에 한 번씩 띄워 이 작품들을 모두 아부다비로 무사히 옮겼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부다비 도심 인근의 사디야트 섬 9만7000㎡ 규모 부지에 세워진 55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이 박물관 건축의 하이라이트는 박물관 중심부를 덮고 있는 돔 모양의 지붕이다. 아랍의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 지붕은 저마다 모양이 다른 7850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변하도록 설계됐다.

지붕 밑에는 건물뿐 아니라 아라비아 반도의 전통 거리 모습도 재현돼 있다. 박물관 외부 통로에는 페르시아 만에서 끌어들인 물이 흘러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이 박물관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나는 단지 건물이 아니라 ‘예술 마을(neighborhood)’을 만들고 싶었다”며 “개념적으로 아랍 성지 메디나와 그리스 광장 아고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공간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평정심을 가진 상태에서 서로 만나 삶과 예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UAE 정부는 30년6개월간 루브르 박물관의 브랜드와 소장품 대여, 프랑스 측 전문가 파견 등을 제공받는 대가로 9억7400만 유로(1조2584억원)를 지불하기로 프랑스 측과 합의했다.

UAE 정부는 사디야트 섬에 루브르를 시작으로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보다 7배 더 큰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세계 유수의 문화 시설을 유치해 이 섬을 호화찬란한 문화 특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UAE 정부는 180억 달러(약 21조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더 이상 경제력·군사력 등 ‘하드파워’를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문화라는 ‘소프트파워’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관여한 자키 안와르 누세이베 UAE 국무장관은 “소프트파워는 이제 모든 외교관이 관심을 갖는 요소가 됐다”며 “더는 군사력·경제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가진 가치를 남에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UAE는 루브르 아부다비가 가진 문화적 영향력이 지역 내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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