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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90조원-中 280조원…北 안보 문제와 맞바꾼 트럼프 경제 전략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언론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언론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중일 3개국 순방에 대해 ‘돈(무역)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개국을 돌며 수백조원대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챙겼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사업가 기질이 발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 극진한 대접(오모테나시)을 받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무역 불공정’ 문제를 대놓고 꺼내 들었다. 방일 이틀째인 지난 6일 오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트럼프는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면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 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입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트릴 수 있다”며 홍보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본의 방위력을 질적, 양적으로 확충하겠다. 미국으로부터 더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전 한국에 온 트럼프 대통령는 도착 직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잠시 후 문 대통령과 곧 무역에 관해 훌륭한 미팅(한미 정상회담을 언급)을 한다”며 “바라건대 그 회의가 잘 풀려서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길 바란다. 그게 바로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총 748억 달러(약 8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고 있다. 미중은 이날 2500억달러(280조원 상당) 규모의 무역 협정을 맺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고 있다. 미중은 이날 2500억달러(280조원 상당) 규모의 무역 협정을 맺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는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군 안팎에서는 핵잠을 제외한 미국산 무기 구매액만 최소 7조8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세번째 방문국인 중국에서 2535억 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미중 경협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HC)가 미국 보잉으로부터 370억 달러(약 41조3천억 원) 규모의 항공기 300대를 사들이기로 합의하는 등 중국의 미국산 구매목록에는 비행기, 에너지, 농산물, 부품, 생명과학 등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성과는 계산된 협상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고조로 치닫는 북핵 위기 속에서 한중일 3개국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빈틈없는 안보 공조를 약속하는 대가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얻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중일 순방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협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순방 직전 대북 비난 수위를 한껏 높여 상대방을 궁지로 모는 협상 기술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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