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핵심 보직인 국방정책실장에 예비역 해병 중령 임명

여석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국방부의 핵심 보직인 국방정책실장에 예비역 해병 중령이 임명됐다. 통상 현역 또는 예비역 장성들이 맡던 자리다.
국방부는 9일 기획조정실장에 김정섭(48·행시 36회) 계획예산관을, 인사복지실장에 이남우(50·행시 35회) 현 기획관리관을, 국방정책실장에 여석주 예비역 해군 중령을 각각 임용하는 내용의 실장급 고위공무원 인사를 발표했다.

해병 중령 출신 여석주 신임 국방정책실장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운 경력도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인사' 지적

국방부는 “문민화 기반을 조성하고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실장급은 모두 다섯 자리다. 곧 이어질 전력관리실장과 국방개혁실장에도 모두 공무원과 민간인이 임명된다고 정부 소식통은 밝혔다. 그동안 국방부 실장은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비역 장성들로 채워졌다.

김정섭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이번 인사의 핵심은 여석주 국방정책실장이다. 여 신임 실장은 해군사관학교 40기로 주미 대사관 국방무관 해병보좌관(해병 중령)을 끝으로 2010년 전역했다. 이후 평화안보포럼 사무처장, 스탠다드쉽핑·세코중공업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국방정책실장은 중·장기 국방정책과 북한 정책, 한·미 동맹 등 국방부의 중요 업무를 관장한다. 남북군사회담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담당한다. 1991년 이 자리가 만들어진 뒤 모두 17명의 국방정책실장 중 16명은 예비역 육군 장성이거나 현역 육군 장성이었다. 공무원 출신인 전제국(행시 22회) 전 국방정책실장(2006년 12월부터 2009년 4월)만이 유일한 예외였다.

국방정책실은 박근혜 정부 때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결국 당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책임을 지고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조치됐다. 위 전 실장은 그때 현역 육군 중장 신분이었다.
여 실장은 조직을 추스르면서 전작권 전환 등 현안을 챙겨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그러나 국방부 안팎에선 신임 국방정책실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일찍이 영관급 장교로 전역해 오랫동안 민간에서 활동한 인사를 임용함으로써 문민통제 원칙, 군의 균형발전 여건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관급 출신인 여 실장이 계급 위주의 군 조직에서 영을 세울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여 실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주로 문 후보의 국방 브레인이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일을 같이했다. 전형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여 실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캠프에 이름을 걸어두진 않았다. 가끔 자료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주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김정섭 기획조정실장
▶반포고-서울대 정치학과 학사-미 하버드대 정책학과 학사-영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과 박사
▶행시 36회 ▶국방부 계획예산관, 국방부 조직관리담당관, 국방부 전력정책과장

◇이남우 인사복지실장
▶명지고-서울대 법학과 학사-미 캘리포니아대 국제관학과 석사
▶행사 35회 ▶국방부 기획관리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기획지원부장, 국방부 보건복지관

○여석주 국방정책실장
▶중경고-해군사관학교 40기-경남대 정치학 석사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해병보좌관평화안보포럼 사무처장, 스탠다드쉽핑 대표이사, 세코중공업 대표

이철재 기자 seaj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