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후한 환제 때 이응이란 사람이 있었다. 사례교위라는 노역과 포도를 맡은 관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의파의 관리로서 인망이 높았다. 천하의 선비들이 다투어 그와 지우 하려고 했다. 환관이 발호하여 포학무도한 정치가 횡행하던 난세에 그는 홀로 청풍을 드날리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선비로서는 그와 만나 지우할수 있다는 것만도 큰 영광이 되었다..그게「등룡문」 에 비유되기도 했다. 원래 용문은 황하의 상류에 있는 급류다. 물고기들이 그 밑에 모여들기는 하지만 오르지는 못한다. 만일 그 급류를 거슬러 오르게 되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용이 되려고 시도했다가 이마만 깨지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점액」 이다.
비록 이마가 깨어지더라도 용문에 오르려는 물고기도 없는 건 아니다. 난관을 돌파하고 약진하려는 의지가 실로 볼만하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하지만 동양사람들은 예부터 용을 상서롭고 신이로운 존재로 생각했다.『세문』 에서 「용은 인충의 우두머리로 유명과 세거·장단의 조화를 부리며 춘분에 하늘에 오르고 추분에 못에 숨는다고 설명되고 있다.
못에 숨어 때를 기다리는 용은 잠룡이다. 구름과 비를 만나면 승룡이 되고 비룡도 된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는 역의 괘사도 있다. 성군이 현신을 만나면 상서롭다는 뜻이다.
풍운을 일으키며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용과 호랑이다. 둘 다 뛰어난 때문에 용호상박이 불가피해지기도 한다.
용은 힘과 지혜와 순수함과 번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제왕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건국을 축하하면서 「해동 륙룡이 나라샤 일마다 부복이시니」 하고 읊고 있다. 용의 가호를 받은 이 나라의 후손은 오늘에 와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중의 하나가 되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선진국으로 진입하려고 승룡의 기상으로 뛰어 오르는 용이 바로 한국이다.
마침 1988년은 무신 년 용띠 의 해다. 이 상서로운 해에 새 정부가 출범하고 서울올림픽도 치러야 하는 우리로선 약진과 도약의 용기를 기약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