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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는데 원유펀드 수익률은 ‘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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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제 유가가 끓기 시작했는데 정작 원유 펀드 수익률은 ‘게걸음’이다. 유가 따로, 펀드 수익 따로다.

두바이유 가격 1년 새 35% 급등 #원유펀드 평균 수익률은 1% 안팎 #현물 아닌 파생상품에 간접투자 탓 #석유 광구·채굴·탐사기업에 투자 #유가가 오르면 손해 보는 펀드도 #“원자재 펀드 구조 살피고 투자를”

6일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원유 관련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0.64%, 3개월 수익률은 1.68%에 그쳤다. 운용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3일 기준 산출한 수치다.

기간을 6개월, 1년으로 늘리면 성적표는 더 암담하다. 각각 0.42%, -2.85%에 불과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오랜 저유가 랠리를 끝내고 국제 유가는 반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를 보면 3일 중동산 두바이유값은 배럴당 58.9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55.64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두바이유는 35.4%, WTI는 24.6% 급등했다. 지난해 4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는 50달러대를 돌파해 6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그런데 원유 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제자리다. 한 해 유가 흐름만 그대로 따라갔다 해도 20~30% 수익은 내야 맞는데 평균 수익률(최근 1년 기준)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최근 1년 성적표가 가장 좋았던 원유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10% 선에 미치지 못했다. 오르는 원윳값만 믿고 투자했던 이들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원유 관련 펀드 수익률

원유 관련 펀드 수익률

일반 주식형, 채권형 펀드와는 다른 원자재 투자 금융상품의 특성 탓이다. 금값이 오르면 금 펀드 수익률이, 주가가 오르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덩달아 상승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원자재 펀드 시장에선 이 원칙이 100% 통하지 않는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원유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과 달리 일반 투자자가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국제 규모의 원자재 도매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상품거래소, 런던선물거래소 등에서 주로 거래된다.

원유 펀드의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 역시 일반 펀드와 다르다. 석유 현물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기법이 일반적이다.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본부 부장은 “대부분 에너지 관련 투자 상품은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거나, 에너지 관련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부장은 “특히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는 미래의 가치가 반영된 선물 가격이 현재 값보다 비싸게 책정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선물이든 ETF든 결국 현재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투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원유 ETF, 선물 펀드 수익률이 유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유의할 점은 또 있다. ‘원유’를 주제로 한 펀드라 해도 성격은 제각각이다. 펀드 유형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클 수 있다. 원유 가격이 아니라 석유 광구, 채굴, 탐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원윳값과 상관 없이 해당 광구·기업의 실적, 주가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출렁일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펀드도 있다. ‘선물 인버스’ 펀드다.

석유 관련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오히려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유가가 급격히 오르며 이들 펀드는 올해 내내 손실을 기록 중이다.

물론 국제 유가 추가 상승 기대는 유효하다. 원유 가격에 연동해 수익이 결정되는 펀드 전망은 유망한 편이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하다.

최민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 연구원은 “투자하려는 유가 펀드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투자를 결정하길 권한다”며 “원자재 펀드는 변동성이 큰 만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결과 등 원유 관련 펀드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변수도 꼼꼼히 챙겨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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