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KTF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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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협력팀만이 아니다=KTF와 마찬가지로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을 상대하기 위한 조직으로 대외협력실을 두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70여 명, KTF는 50여 명, LG텔레콤은 16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KTF의 '통신TF팀'처럼 4명 안팎으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은 정보 수집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로비는 오히려 전사적으로 펼친다. 대외협력실은 대외 기관에 회사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인맥관리 활동도 병행한다. 또 공정위와 통신위 등이 조사에 나서게 되면, 해당 업무 담당 임원도 관계 공무원을 상대로 해명하거나 설득에 나서게 된다. KTF는 정통부 등 관련 기관의 주요 인물 222명의 배우자 생일까지 챙기면서 인맥 관리에 열중했다. 또 학연이나 지연 등에 따라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까지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경우 'SK텔레콤 장학생' 'KTF 장학생'이라는 말까지 정계와 관가에서 나돌고 있다.

◆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최근 유출된 KTF의 사내 문건에서 불거진 의혹은 ▶국세청 80여억원 로비설▶대정부 인맥 관리설▶공정위.통신위 조사 저지설 등이다. KTF 측은 "유출 문건에서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만 80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 돈은 2003년 회사 전체가 모든 대외활동에 쓴 재원"이라며 "이 중 집행된 금액은 72억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순수한 접대비는 14억원으로, 회사 매출(2003년 5조700억원)의 1만분의 3인 15억원을 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날 "문건에 제시된 9개 사건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조사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 권영세(한나라당) 의원 등은 문건에 KTF 임직원들이 정부 관계자를 수시로 접촉해 주요 현안을 KTF에 유리한 방향으로 풀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 공식 대외문서인데 표현이 과장됐을지는 몰라도, 하지도 않은 사실을 보고서에 기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공정위 관련 문건에는 담당 공무원이 출장갈 때 함께 가는 등 공적인 업무를 KTF 관계자가 지원한 것으로 나와 있다.

◆ 어떻게 불거졌나=KTF는 사내문건 유출 경로를 조사 중이다. 2000년 이후 회사를 그만 두었거나 인사 조치를 당한 임직원들이 유출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KTF 측은 "문건이 2003년과 2004년의 내용이라 그 이후 퇴직자와 회사 경영 전체를 알 수 있는 본사 임직원으로 추정한다"며 "인사 불만에 따른 반발로 사내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는 방증이다. KTF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면서 문건 유출 경로를 ▶본사 임직원▶정보 브로커(정.재계에 떠도는 정보를 돈 받고 유통하는 사람들)▶국회 관계자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03년부터 이동통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통신업계에 대한 정보의 가치가 높아졌다"며 "정보 브로커의 접근이 잦아지면서 일부 직원이 대외비 자료를 유출시킨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원호.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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