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인쇄업 큰 재미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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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3개월동안 전국을 들뜨게 했던 16년만의 대통령 선거전. 사상 최다의 청중이 몰리면서 막혔던 정치욕구가 유감없이 분출되었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엄청난 돈이 뿌려진것도 특기 사항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바탕으로 주류·인쇄·종이·관광·요식업등 선거관련 업종은 역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만끽했다.
이같은 사실은 선거가 끝난 직후 경제장관들이 긴급회의를 갖고 현재 총통화증가율이 연말 억제선인 19%를훨씬 넘어 22%에 달했음을지적, 연내 어떻게 해서라도 시중에서 1조원 이상의 돈을빨아들이고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키로 한데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 10월중 인쇄업계의 가동률이 지난 9월보다 무려12%포인트가 오른 89%를 기록했고 국세청에서는 제지업계의 부가세 과표를 올릴 움직임마저 보이는 실정.
선거열풍을 타고 재미가 짭짤했던 업종을 살펴본다.

<주류업>
올해 9∼11월 소주·맥주생산량은 작년 동기보다 2O∼30%씩 큰폭으로 증가했고 특히 수입원액이 줄어든 양주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못해 가격상승과 심한 품귀현상마저 빚었다.
그틈에 주류도매상들의「배짬영업」이 두드러져 현금박치기·끼워팔기·웃돈거래가 성행.
J소주의 한 관계자는 『지난3개월간 출고가 5천∼6천㎘쯤 늘어 모두 30억∼40억원의 특수를 누렸으며 그나마 주정이 한정돼 마음대로 생산을 못 늘렸다』고 아쉬워하며 『다른 9개 업체들도 비슷한 실정으로 특히 지방주조 회사들이 물량을 대는데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호황은 맥주도 마찬가지.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있는 J맥주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제자리를 맴돌았으나 비수기인 지난9월부터 갑자기 생산이 늘기 시작, 30%쯤 출고를 늘렸다. 지난9월부터 매월 30만∼40만박스(5백㎖×20개)씩 생산을 늘려 60억∼70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
패스포트·썸씽스페셜·VIP등 수입양주는 공급부족에 매점매석까지 겹쳐 정상가격보다 4천∼5천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했고 그나마 인기가 떨어지는 디플로매트·다크호스등 국산양주와 끼워사지 않으면 아예 주문조차 못낼 형편.

<인쇄업>
성수기인 연말연시와 함께 몰아닥친 선거특수로 공장을 주야 2교대로 풀 가동하고도 모자라 백화점등의 홍보물과 문화계등의 팸플릿등은 주문을 며칠씩 연기하거나 아예 거절할 정도였다.
인쇄비도 지난 9월보다 50∼60%가량 껑충 뛰어올라 그동안 덤핑 경쟁으로 경영 압박을 받아온 인쇄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현재 인쇄소마다 내년 2월까지 작업물량이 대부분 확보된 상태.
인쇄업계 한 관계자는『그동안 선거인쇄물은 서울의 S·K·D인쇄등 주로 대형업소에 집중됐으나 이들이 단기간에 수십만에서 수백만장의 물량을 한꺼번에 eof수없어 군소업체에까지 하청을 주지 않을수 없었다』고 밝히고 『대부분 인쇄업체들이 생산능력을 2O∼30%가까이 넘어서서 작업을 하는 바람에 기계에 무리가 갈 정도』라고 말했다.

<종이업>
인쇄소가 바빠지면 「바늘과 실」의 관계인 종이업계가 덩달아 바쁠것은 불문가지.
인쇄·종이업계가 누린 선거특수는 대략 1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지난 10월의 경우 인쇄용지 소비량은 작년보다 11%쯤 늘어난 29만t.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로 모두 7만t규모의 생산증가로 5백억∼6백억원의 특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종이생산은 시설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데다가 선거용 홍보물이 아트지·백상지·모조지등 몇개 품목에만 집중되어 심각한 종이난을 겪기도 했다.
인쇄소마다 종이를 확보하기 위해 주문을 보름내지 한달정도 앞당겨 미리 내거나 급한 경우에는 출고가격에 10%까지 웃돈을 얹어 배달받는 경우도 생겼으며 그나마 이것도 없어 작업중단까지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관광업>
유세장 청중동원이 선거 막바지에 두드러진 가운데 관광버스회사들이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불구, 전세버스를 예년의 2배인 70∼80%나 가동하는「뜻밖의 횡재」를 만났다.
각 관광회사들은 정당이나 선거운동자측에서 주선하는 각종 친목회나 상조회등 이름으로 지방온천이나 독립기념관등지의 선심용 단체관광에 차량을 풀가동했다.
주말이면 또 유세장마다 수십대에서 수백대까지 청중동원용 관광버스가 전세되는 바람에 서울근교인 성남·안양등지 회사에서는 미처 버스를 대지 못해 오히려 서울시내에서 수십대씩 빌어가는 사태를 연출.
관광호텔에서도 동창회·향우회·종친회등 각종 선거관련 모임이 늘면서 연회장 수입은 20∼30%씩 증가,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

<기타>
선물용품과 기념품을 비롯, 현수막·비누·식용유·1회용 라이터·보자기·확성기 등이 불티나게 팔렸고 요식업소도 알차게 실속을 차렸다.
이밖에 각 후보를 개별 유권자에게 직접 우편으로 홍보하는 DM업체가 새로운 각광을 받았고 유세장에서 후보를 잘 보이게 하는 쌍안경, 후보들의 연설·로고송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 선거운동원들에게 입히는 오리털파커등이 날개돋친듯 팔려 장사재미를 톡톡히 맛보았다.<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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