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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북한에 러브콜 … “출전 자격 안 따지고 모든 경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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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D-98 미리 보는 평창 <5> 평화올림픽 퍼즐 맞출까 

‘지구촌의 겨울 축제’인 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1일 한국에 도착, 봉송길에 오르며 제23회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북한의 참가를 위해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북한 ‘초청’과 ‘출전’을 마지막 과제로 삼은 것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출전할 경우 모든 경비와 훈련비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예선전 성격의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고 ‘예선전’을 치러야 하지만 북한에는 이례적으로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원한다면 대규모 선수단 파견도 가능해진 셈이다.

대규모 선수단 꾸릴 수 있게 설득 #북, 출전권 확보한 피겨는 참가 의사 #한국은 싱글·페어·아이스댄싱 나가 #피겨 단체전 남북 단일팀 만들 수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IOC가 북한 설득에 나선 건 이번 올림픽의 성격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규정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본지 통화에서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며 “올림픽 정신을 살려 국제사회를 향한 평화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올림픽 개최를 우려하는 시각들이 있다”며 “북한이 참가하게 된다면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자국 선수들을 보내놓고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만큼 참가국들의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면서 평화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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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의 참여가 올림픽 흥행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에 주목을 끌 만한 흥행 요소가 많지 않다”며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이 참가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괴이한 나라’란 평판을 받고 있는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그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당국자는 “지난 6월 장웅 북한 IOC 위원이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방한했을 때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고 설명했고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완공한 강원도 원산 인근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과 북 선수단이 결단식을 하고, 원산에서 크루즈 선박을 타고 속초로 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 공동입장을 하거나 단일팀을 꾸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최 지사는 “이번 올림픽에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 등 4개 종목이 참여해 메달을 겨루는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이 있다”며 “한국은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싱 출전권이 있고, 북한은 페어 종목 출전권을 획득해 하나의 팀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 출전이 가능해진다. 과거엔 남북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입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 정부를 비롯, IOC 등에서도 북한의 참여를 위해 단일팀 구성뿐만 아니라 번외 경기 참석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출전을 염두에 두고 예선전을 치렀고, 페어 부문에서 출전권을 딴 이상 최소한 이들은 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북한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의 김주식-염대옥 조는 지난 9월 28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북한으로선 유일한 경우다.

북한도 지난달 30일 올림픽 출전권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통보했다. 최소한 이 종목의 참가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선수단 규모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와 IOC의 ‘특혜 러브콜’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당국자는 “정부가 북한의 참여를 위해 다각적으로 뛰고 있고, 필요할 경우 남북 체육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90일 이상의 시간이 있고, 현재 남북 간 채널이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해 IOC뿐만 아니라 중국을 통해서도 북한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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