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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강남구·송파구 떨고 있니...서초 빼고 강남서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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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저렴해져 견본주택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저렴해져 견본주택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분양가를 건축 원가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 문 앞까지 왔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3개 구 가운데 강남·송파구에서다. 들어갈까.

8~10월 3개월 간 서울 소비자 물가 0.18% 올라 #강남권서 서초 제외하고 강남·송파구 물가 2배 넘게 상승 #청약경쟁률 등 추가요건 해당하는 지역은 강남구 #서울 다른 지역도 대거 상한제 적용 가능성 #11월 중순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서 최종 결정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재건축 조합이 예상하는 가격보다 분양가가 10% 이상 내려가게 된다. 조합 입장에선 상당한 사업비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 대신 분양 당첨자는 ‘로또’에 당첨되는 셈이다

정부가 공공택지에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쉽게 적용하기 위한 요건 변경이 다음 주 시행될 예정이다.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 이하로 분양가를 억제하는 제도다. 땅값은 매입가격 등 실제 거래금액이나 감정평가 등을 거쳐 정한다.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전용 84㎡ 지상층이 610만원 선이다.

이전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은 워낙 까다로워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려다 국회에서 거부되자 정부는 요건을 아주 엄격하게 만들었다. 민간택지는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의 지역으로 재건축 재개발 단지가 대표적이다.

현 정부는 8·2부동산대책에서 “고분양가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지역은 필요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선정하겠다”며 적용요건을 낮추기로 했다.

바뀌는 요건은 지난달 입법예고됐다. 법적 절차를 거쳐 다음 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지방 민간택지 전매제한 강화가 10일쯤 시행될 것으로 보여 그때나 직전에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뀌는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요건은 공통요건과 나머지 세 가지 추가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통요건은 직전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곳이다.

서울 소비자 물가 상승률 0.18% 

지난 1일 10월 한국감정원과 통계청이 10월 집값 변동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발표하면서 공통요건에 해당하는 지역을 추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투기지역 기준인 전국과 달리 해당 시·도를 기준으로 한다. 8~10월 전국 소비자 물가는 0.52% 올랐다. 그런데 서울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0.18%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 전국 평균과 비슷하게 움직이던 서울 소비자 물가가 9월부터 2개월 연속하락했고 특히 10월에 하락 폭이 커졌다. 이 바람에 8월부터 3개월간 상승률이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게 됐다.

10월엔 전국 평균 물가도 0.18% 내렸지만, 서울은 이의 두 배인 0.36% 떨어졌다. 10월 초 추석을 포함한 긴 연휴 효과로 보인다. 10월 서울 소비자 물가를 품목별로 따져보면 농축수산물이 6.92%나 내리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8월엔 가장 많이(0.28%) 오른 품목이었다. 10월 추석이 지나면서 농축수산물 수요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서울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이 확 내려오게 됐다

이에 반해 강남권 집값은 8·2대책 이후 상승세가 확 꺾여 하락세까지 보이다가 10월 들어 다시 살아났다. 8~10월 상승률이 강남구 0.86%, 서초구 0.21%, 송파구 1.69%다.

송파구는 초고층 재건축이 확정된 잠실주공5단지 효과다. 잠실주공5단지는 8·2대책 후 9~10월 6.1% 올랐다. 이 아파트는 평균 시세가 16억원 정도인 3930가구의 대단지여서 해당 지역 집값 변동률을 좌우한다.

서초구는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이 치열했지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대부분 조합 설립 이후 단계여서 거래가 제한돼 가격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강남구는 은마 등 거래가 제한되지 않는 단지들이 꽤 있다.

강남구와 송파구 내 분양을 앞둔 단지들은 비상이 걸리게 됐다. 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전에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계획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일반 아파트의 경우 모집공고를 내지 못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강남구에선 대치동 쌍용2차, 개포동 주공8단지 등이 걸려 있다. 송파구에선 지난달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잠실미성크로바,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인 진주, 문정동 136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 등이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대치동이나 개포동에선 분양가가 3.3㎡당 3500만~4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상한제 적용 없이 개포동에서 3.3㎡당4200만원대까지올라갔다.

앞서 상한제 기준이 완화되기 전 강남권에 분양된 상한제 단지 중 가장 비싼 아파트는 2013년 10월 나온 대치동 옛 청실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대치팰리스로 3.3㎡당 3200만원이었다. 같은 대치동에서 약 2년 뒤인 2015년 9월 대치SK뷰(옛 국제)는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3900만원에 분양됐다.

상한제 적용으로 시행사인 재건축 조합 입장에선 조합원당 수천만원의 추가 사업비 부담이 있다. 일반분양분 분양가 하락으로 분양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늘어나서다.

잠실미성크로바의 경우 조합이 예상하는 분양가는 3.3㎡당 3600만원 선이다. 상한제로 분양가를 10% 낮추면 조합원당 늘어나는 추가분담금은 3600만원 선이다. 강남구에선 5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상한제 적용하면 당첨자는 '대박' 

상한제가 적용되면 조합은 울상이지만 일반분양 당첨자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분양가가 낮아지는 만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3.3㎡당 500만원이 내려가도 전용 84㎡의 경우 1억6000만원 정도를 기본적으로 챙길 수 있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상한제 기본요건에는 맞더라도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될지 장담하기에 이르다. 공통요건 외에 추가요건이 더 있는 데다 필요성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공통요건 외에 최근 12개월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직전 2개월간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또는 전용 85㎡ 이하 10대 1 초과), 혹은 3개월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중 하나에 부합해야 한다.

지난 1년 간 서울 소비자 물가는 1.65% 올랐다. 강남구에서 아파트 분양은 지난해 9월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아너힐즈 이후 지난 9월 개포시영을 새로 짓는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가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4140만원과 4160만원으로 분양가가 0.48%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

송파구에선 지난해 11월 풍납동 풍납우성 재건축 단지(잠실올림픽아이파크)가 3.3㎡당 2600만원에 분양된 이후 민간택지 분양이 없었다.

청약 경쟁률을 보면 강남구에서 지난달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가 지난 9월 1순위 평균 36.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송파구에선 기준으로 삼을 청약 경쟁률이 없다.

공통요건과 추가요건을 감안하면 강남구만 정량적인 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상한제 공통요건에 맞는 다른 지역은 서울의 경우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모두 해당되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안양시 동안구·김포시·시흥시, 인천시 연수구, 대구시 수성구·중구 등이 있다. 부산은 집값 상승세가 매우 둔화한 데다 소비자 물가(0.86%)는 많이 올랐다.

8~10월 서울 전체 평균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4배가 넘는 0.76%였다.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0.36%)가 넘었다.

정부의 의지가 좌우   

9월 이후 서울에 분양된 단지들은 거의 다 경쟁률이 5대 1이 넘는다. 정량적인 요건으로는 강남구를 비롯해 서울 시내 여러 개 구가 해당하는 셈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국토부장관이 위원장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10월 주택매매거래량 통계가 11월 중순 나오기 때문에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은 중순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심의위는 정량요건 외에 정성적인 평가를 해 결정한다. 정성적인 평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는 사실상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수치를 앞에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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