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권의 ‘홍종학 딜레마’...홍종학 옹호할수록 민주당 타격

중앙일보

입력

여권이 ‘홍종학 딜레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후보가 해명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당 원내대책회의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홍 후보자는 상속ㆍ증여세 인상을 주장했다“(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할머니가 유독 손녀를 예뻐했고 뭐라도 주고 싶어 증여한 것”(유동수 원내부대표)이라며 변호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홍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적법한 절세”라며 적극 방어하고 있는데다, 여당에도 ‘홍 후보자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박성진 후보자에 이어 또 다시 낙마할 경우 입을 정치적 상처를 우려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후보자는 장모로부터 서울 충무로의 건물을 상속받을 때 부인과 중학생 딸이 ‘쪼개기 증여’를 받아 편법 증여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부인과 딸이 '2억 2000만원 계약서'를 쓰고 채무관계를 맺거나 경기 평택에 소재한 건물을 장모에게 물려받을 때 토지만 증여받고, 건물은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증여세 회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 후보자가 그동안 ‘과도한 부의 대물림’에 대해 비판해 온 것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측은 “(도덕적 잣대가 아닌) 법적인 문제를 보도해 달라”고 반박하고 있다.

 겉으로는 홍 후보자를 옹호하는 민주당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이를 위해 치러야하는 정치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홍 후보자에 대해 ‘문제 없다’고 해서 넘어가면 그동안 우리당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주장들이 적지 않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

 민주당은 그동안 대기업 총수 등 부유층의 편법 증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자임해왔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통해 재벌 일가의 미성년 친족 주식 보유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 25명이 1인당 41억2000만원의 주식을 보유했다. 당시 박 의원 측은 “불법은 아니지만 상속ㆍ증여세를 줄일 수 있어 재벌 총수들이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도 2015년 9월 대기업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편법 증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기업 총수 자녀들이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는 방식을 통해 증여세를 회피한다. 사실상 상속증여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을 적용시키면 재벌의 미성년 친족이나 대기업 공익재단의 계열사 주식 보유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만큼 문제삼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홍 후보자 관련 온라인 기사에서는 “정부여당이 세금 피하는 고급 기술을 알려준다”, “앞으로 재산은 자녀에게 팔고 채무 관계로 하자” 등 비난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임차인에 대한 갑질 문제, 평택 부동산 증여세 회피 논란 등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점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며 홍 후보자에 대한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왼쪽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연합뉴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임차인에 대한 갑질 문제, 평택 부동산 증여세 회피 논란 등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점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며 홍 후보자에 대한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왼쪽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연합뉴스]

 여기에 세입자와의 ‘갑질’ 계약서 의혹까지 추기로 제기되면서 그동안 여권에서 홍 후보자를 위해 앞세웠던 ‘을지로위원회’ 활동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서 내용에는 임대료를 2개월이상 연체할 경우 일방적 계약해지 가능, 건물 훼손시 과실을 불문하고 원상복구, 납부일 경과 후 임대료는 연 10%의 연체료 추가 등이 포함됐다.
 홍 후보자 측은 “부동산에서 권장한 계약서 양식대로 체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19대 국회에서 ‘을지로 위원회’로 활동하며 건물주의 ‘갑질’ 문제를 비판했던 전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문회 과정에서 자세히 듣고 국민들이 판단해 가시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