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가족여행 같이 가자” 속여 10살 딸 친구 해외 납치

중앙일보

입력

가족여행에 초대한다는 핑계로 10살짜리 딸의 친구를 해외로 납치해 몸값을 뜯은 일당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붙잡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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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방경찰청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전날 밤 자카르타 남부의 한 레지던스에서 아동납치 혐의로 한국인 A(40)씨를 체포했다.

A씨는 가족여행에 초대한다며 막내딸의 친구 K(10)군을 국외로 빼돌린 뒤 K군의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 상당의 몸값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K군의 부모와 학부모로 만나 서로 알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비슷한 시각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10살과 15살인 A씨의 두 딸을 데리고 한국행 항공편을 타려던 공범 S(38)씨도 함께 체포해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A씨는 자녀들이 친척인 S씨와 함께 발리와 자카르타 등지를 여행한다며 K군의 부모에게 “K군도 같이 보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S씨가 K군 등을 데리고 출국하자마자 태도를 바꿔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고, 두 차례에 걸쳐 부인 계좌로 1억5000만원을 송금받은 뒤 같은 달 31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K 군의 부모는 송금 당일 밤 서울 수서경찰서에 신고했고,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 주재관과 인도네시아 경찰은 함께 예상 숙박시설을 훑으며 이들의 소재를 조사했다.

K군은A씨의 아들(12)과 한 객실에서 발견됐으며,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의 보호를 받는K군은 2일 부모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현지 경찰은 A씨와S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장소로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 등을 조사한 뒤 이들의 신병을 한국 측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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