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병’ 일으키는 대장균 패티 55t 시중 유통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중앙포토]

이른바 ‘햄버거병’을 일으키는 장출혈성대장균이 최근 2년간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에서 3차례 검출됐지만 맥도날드는 해당 사실을 식약처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정춘숙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를 전량 공급하는 맥키코리아의 자체검사에서 지난해 6월과 11월, 올해 8월 등 3차례에 걸쳐 ‘10:1 순쇠고기 패티’와 ‘4:1 순쇠고기 패티’ 제품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검출됐다.

해당 제품 유통량 총 4583박스 6.23t 중 회수된 물량은 7t(11.2%)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이미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조사결과, 맥키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장출혈성대장균 검출 사실을 식품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위반하고 식약처 통합식품안전정보망에도 등록하지 않았다.

정춘숙 의원은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인 줄 알면서도 식약처에 신고조차 않은 채 유통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영업자가 축산물 기준·규격 등을 위반한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유통 중인 해당 축산물을 회수·폐기하고, 회수·폐기 계획을 식약처장과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회수 또는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며 회수·폐기 계획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때에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장균 검출 패티’가 버젓이 유통된 데는 법의 허점이 한몫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 제조가공 영업자가 자발적으로 품질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양심에 맡겨둔 것이다.

남인순 의원은 ”맥도날드 햄버거와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고소사건은 이번에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된 순쇠고기 패티가 아닌 돼지고기 패티로 알려졌지만, 부적합 햄버거 패티가 회수·폐기되지 않고 대부분 소진됐고 검출 사실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문 문제“라고 지적했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은장출혈성대장균의 일종인 O-157 대장균에 오염된 덜 익힌 고기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