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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합시다" 했다 언성 높인 국회 상원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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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을 비롯해 피감기관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국회 상원 외통위원들 31일 통일부 국감서 고성 #질의 하고 회의 끝낼지, 저녁 먹고 할 지 여야 설전 #

31일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통상 ‘갑’이었던 국회의원, 그것도 상임위원장이 ‘을’로 여겨졌던 피감기관에 사과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 감사 중 외통위원장인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에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여당 소속 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해석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임위의 위원장이 피감기관장에게 사과를 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오후 7시 30분을 넘어서며 저녁 식사에 이어 재개할 것인지, 계속 질의를 하고 국감을 끝낼 것인지 저녁 식사를 둘러싼 ‘정회’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옥신각신하면서 불거졌다.

국회외교통일 위원회 모습. 사진은 13일 국정감사 모습 [연합뉴스]

국회외교통일 위원회 모습. 사진은 13일 국정감사 모습 [연합뉴스]

당초 심 위원장은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를 하려다 여당 의원들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자 야당 의원들에게 질의 기회를 주고 ‘빨리’ 국감을 끝내자며 방침을 바꿨다. 여야 간사 의원들에게 회의 진행방법을 협의토록 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자유민주당 홍문종 의원에게 3차 질의를 하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간사들이 협의를 마칠 때까지 정회하자며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회의 속개 여부에 대한 찬반 논리를 펴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반말을 하며 서로의 의견을 관철하려 언성을 높였다.

▶강 의원 : 끼어 들지 마. 남이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이 의원 : 깽판 얘기하니까 그러지.
▶강 의원 : 위원장 권위를 우리가 지켜줘야 해요~
▶이 의원 : 시비 붙어 볼 거야?
▶강 의원 : 초선의원만큼도 못해? 점잖게 가만히 있어요.

심 위원장이 중재에 나서며 회의를 강행했지만, 이 의원은 “지금 저녁 시간이 됐습니까? 안됐습니까? 순리대로 해야 한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질의 순서였던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참 난처하네요”라며 질문을 할지 망설였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식사 때냐 아니냐를 놓고 논의하는 건 20년 의정활동에서 처음 보는모습“이라며 ”당혹스럽다”고 했다.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역시 “외통위가 국회 내에 최다선 의원님들, 경험 많으신 의원님들 계시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위원회인데 말의 높낮이가 너무 높다”며 “해외 국감을갔다 오고 피로도 누적돼 있고 어제도 12시 넘고 하니 기본적으로 힘들고 그런 것 같은데 어느 분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고 조금 기다려 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여야 간 ‘대치’는 10여분 이상 계속됐고, 오후 8시 심재권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는 망치를 두드린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 다시 5분 뒤 회의는 속개됐지만 오후 9시 30분까지 식사를 하고 재개한다며 심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했다.

외통위 관계자는 "단순히 식사 문제가 아니라 국정감사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질의와 답변을 듣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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