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Fed 의장에 제롬 파월 확실시"

중앙일보

입력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차기 의장이 오는 2일(현지시간) 발표된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ed 통화정책회의를 지켜본 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하루전인 2일 지명자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차기 Fed 의장 후보들. 왼쪽부터 제롬 파월 현 Fed 이사 ,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재닛 옐런 현 Fed 의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파월 이사를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차기 Fed 의장 후보들. 왼쪽부터 제롬 파월 현 Fed 이사 ,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재닛 옐런 현 Fed 의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 파월 이사를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워싱턴포스트(WP)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WP는 2명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Fed의장에 제롬 파월 현 Fed 이사를 지명할 예정”이라고 3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앞으로 환상적인 일을 해낼 사람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고 말해 마음의 결정을 이미 끝냈음을 암시했다.

WP, 백악관 소식통 인용해 파월 지명예정 보도 #CNBC, 아시아순방길 오르기 전인 2일 발표 #점진적인 금리인상 추구하는 비둘기파로 분류

지금까지 차기 Fed 의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인물로 파월 이사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재닛 옐런 현 의장 등 대략 3명 정도로 압축됐는데 이번에 파월 이사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전망이다. 내년 02월 임기가 만료되는 재닛 옐런 현 의장이 재신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출신인 파월 이사는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친 시장 인사이다. 옐런과 같은 ‘비둘기파’로 분류돼, 급격한 변화를 멀리하면서 옐런이 추진해온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안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그는 Fed내 유일한 공화당 인사로도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기가 계속 활황을 이어가면서 고소득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파월 이사는 ‘매파’에 속해 비교적 급진적인 금리인상을 원하는 테일러 교수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도 면에서 앞선다. 옐런 의장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 지우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인사로 팔이 굽어질 수밖에 없다.

월가 또한 파월 이사가 지명돼 상원 은행위와 전체회의 인준을 통과해 취임한다면 Fed의 금리정책과 보유자산 축소 문제에서 옐런 의장과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편이다.

Fed는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번 Fed 의장으로 임명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기 힘들어진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반인 캠퍼스의 개리 리처드슨(경제학) 교수는 “Fed 의장 자리는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이사가 Fed에 둥지를 튼 것은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서 일했고, 이후에는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에서 파트너로 영입됐다. 칼라일에서는 2000만∼5500만 달러의 펀드를 굴렸다.

칼라일그룹을 나온 뒤에는 워싱턴 씽크탱크인 바이파티잔 정책센터에서 상징적으로 1달러를 받고 일했다. 이 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파월 이사에 대해 “오른쪽으로 기울었지만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Fed에서 15년동안 몸담았다가 UBS 최고 이코노미스트로 영입된 세스 카펜터는 파월 이사가 경제학이 아닌 법학(조지타운대)을 전공했지만 “오랜 시간을 열린 마음으로 고민한 뒤 가장 양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이사를 적극 추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업계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호황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파월 이사만한 사람이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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