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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지막 남은 장관 인선까지 인사 참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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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정부 첫 조각 인사의 종착점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홍종학 교수의 부적절한 처신이 연일 꼬리를 문다. ‘부의 대물림’을 비판해온 과거 언행과 동떨어진 재산증식 과정은 배신감마저 안긴다. 홍 후보 본인과 가족이 신고한 재산은 55억여원으로 2012년 19대 국회 등원 당시 신고한 21억여원에서 34억원이나 늘어났다. 특히 아파트는 아내와 절반씩, 상가는 아내와 중학생 딸(13)이 25%씩 물려받는 ‘쪼개기’ 증여를 통해 세금을 덜 낸 의혹을 받고 있다.

홍 후보는 틈만 나면 “과다한 상속과 증여가 서민의 의욕을 꺾는다”고 주장해 왔다. 거액의 자산을 물려받고, 편법을 써 단기간에 재산을 2배 넘게 불린 본인의 재테크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더 문제는 “증여세를 모두 납부해 법적 잘못이 없다”는 그의 해명이다. 경제학자·시민운동가·정치인으로서 해온 주장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 놓고 “법을 어긴 게 없으니 그만 아니냐”고 강변하는 셈이다.

그는 의원 시절 면세점 면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홍종학 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관련 업계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초래했다는 말을 들어왔다. 또 2000년 발표 논문에선 대기업을 ‘암세포’에 비유했고 2008년 논문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을 히틀러의 나치즘과 비슷하다고 썼다. 또 1998년 가천대 교수 재직 시절엔 『3수·4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책을 내고 “명문대 안 나오면 근본 소양이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런 그릇된 기업관과 학벌주의를 가진 사람이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의욕적으로 신설한 중소기업벤처부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만 7명이 낙마했다. 역대 1기 조각의 신기록이다. 조각 완료 시점도 지금까지 최장인 김대중 정권의 175일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청와대는 창조론과 뉴라이트 사관 논란으로 지난달 15일 박성진 후보가 사퇴한 뒤 20명 넘는 후보를 치열하게 검증한 끝에 38일 만에 홍 후보를 낙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서 한 번 읽어 보고, 부동산 서류 몇 장만 떼 봤어도 포착할 흠결들을 하나도 잡아내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코드 인사 집착증을 버리고,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인사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