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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기획]불협화음 피하고 메시지 싱크로율 높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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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19차 당 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1인 천하’ 를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총선 압승을 통해 장기 집권 기반을 굳힌 가운데 한국에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스트롱맨이 아시아를 찾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11월 7~8일)은 동북아를 둘러싼 스트롱맨들의 파워 게임 구도에서 한국이 국익을 지키며 생존할 수 있는 답안을 찾아내기 위한 '모의고사'다.

중앙일보는 29일 외교·안보 전문가 10명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에서 양국이 ‘꼭 이뤄야 할 일(Do)’과 ‘절대 해서는 안 될 일(Don't)’을 들어봤다.

‘Do’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미 동맹에 관련한 분명한 메시지, 구체적으로는 안보 공조 확인으로 수렴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철통 같은 방위 공약(ironclad commitment)’을 기본입장으로 하곤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로 직접 언급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는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핵우산 제공의 약속 수위를 높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안보에 있어 공동 운명체’라든지, ‘양국이 같은 배를 탔다’는 메시지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관련,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28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환상을 품지 마라. 절대 한·미 동맹의 적수가 못 된다”고 발언한 것은 "좋은 예고편"이라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두 정상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쟁과 평화 중 양자택일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쟁은 절대 안된다’ 보다는 ‘평화적 해법을 지향한다’로 말하고, 미국도 ‘무력 사용 불사’보다는 ‘모든 옵션이 있다’ 정도로 세련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사전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우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한 집중력과 의지를 비핵화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전쟁은 안 된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우리가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상대로 의도하는 압박 효과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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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메시지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것은 현재 외교 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평화적 해법을 지지한다는 육성 메시지가 나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 현실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배경을 모르면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는 평화 논의 등을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한국민을 만나거나 상징적인 장소를 방문해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를 방문하는 것으로 확정될 경우 문 대통령이 함께 갈 지도 관심이다. 두 정상이 함께 ‘안보 행보’를 하는 것만큼 확실한 대북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양국 장병들을 격려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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