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덕 좀 보나'…철강업계 3분기 ‘동반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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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고전했던 국내 철강업계가 잇따라 개선된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철광석 등 원재료비 상승분만큼 제품가격을 올린 데다 조선·건설 등 관련 산업의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선 게 주요 원인이다. 4분기 이후에는 중국발 ‘철강 감산’으로 반사 이익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재료비 상승분 3분부터 반영 #포스코 3분기 매출 15조원, 영업익 1조원 회복 #중국 '철강감산' 효과로 한국산 가격 상승기대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5조361억원, 영업이익은 1조1257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원료비 상승으로 지난 2분기 9000억원 대로 내려앉았지만 3개월 만에 1조원 대를 회복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한몫했다. 합작법인인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현지 스테인리스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해외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 포스코도 생산품인 슬래브(철강제품 원재료)와 후판 가격이 오르면서 흑자 전환했다. 포스코는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68.1%로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고, 별도기준 부채비율도 16.3%로 사상 최저”라며 재무건전성 개선을 강조했다.

 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세아제강 등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공통적인 호재는 철강제품 가격 상승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5월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강판 공급가격을 t당 6만원 인상하기로 한 효과가 반영돼 3분기 영업이익이 3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 측은 “2분기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했지만 3분기부터는 이 부분이 반영돼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아베스틸과 세아제강도 제품 가격 인상과 수출 물량 증가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50억원, 37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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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제품 가격인상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제품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해 세계 철강 가격의 ‘바로미터’역할을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철강제품 공급 과잉과 환경오염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철강 산업 개혁을 선언하고 최근 지속적으로 철강 생산 시설을 줄여왔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억2000만t의 생산 설비를 폐쇄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고 한국 등 세계 철강제품 가격 인상의 빌미가 됐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세계 철강 수요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인프라 투자 확대로 2019년까지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철강 산업 구조조정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4분기 이후 업황을 낙관했다.

 국내 철강업계를 잔뜩 긴장시켰던 미국의 관세 폭탄 우려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포스코 등 한국 철강 제조·수출업체에 10.0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철강업체들이 요구한 33.96∼43.2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우수한 철강제품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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