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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직원, 칼퇴근에 연차 다 쓰면 1862만원 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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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청와대 직원 최대 1862만원 보너스 … 칼퇴근, 연차휴가 다 써야 좋은 고과 

“총무비서관실에서 알려 드립니다. 오늘은 수요일, 가정의 날입니다. 정시 퇴근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근무평가에 일·가정 양립 항목 #윗사람 눈치 안 보고 휴가 가도록 #부서장 연가 사용률 낮으면 감점

매주 수요일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 청와대 경내에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이다. 청와대 직원들은 이 안내방송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 가정의 날 ‘정시 퇴근 이행률’을 근무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기관은 기관장 재량에 따라 근무평가가 좋으면 기업처럼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지는 역대 정부가 다르다.

청와대는 최근 새로운 근무평가 방법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수요일 정시 퇴근 이행률 등을 12월까지의 실적에 포함시켜 내년 1월 근무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비서관은 비서관끼리, 행정관은 행정관끼리 비교해 S등급(20%), A등급(30%), B등급(40%), C등급(10%)으로 구분해 S, A, B등급에게 지급한다. 수요일 정시 퇴근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시행하는 제도다. 예컨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전 직원의 정시 퇴근 이행률이 50% 이상이면 민정비서관은 10점 만점을 받는다. 40% 이상이면 7점, 30% 이상이면 5점이다.

근무평가 지표 중 연차휴가(연가) 사용률도 새로 들어갔다. 청와대는 연가 일수의 70% 이상은 의무 소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부서장의 연가 사용률 점수가 30%, 직원의 연가 사용률 점수가 70%다. 예를 들어 직원이 연가를 다 써도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 등이 쓰지 않으면 점수가 그만큼 깎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원들이 부서장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 가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근무평가에서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은 청와대 비서관(부처 1급 해당)은 최대 1862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 41명의 비서관 중 8명(20%)이 1862만원을 받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가정 양립을 반영한 평가제도는 정부부처에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한 ‘상춘포럼’, 승효상 특강=청와대의 성과평가 지표 중에는 전문가 초청 교육도 들어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점심시간에 ‘제1회 상춘포럼’을 개최했다. 상춘포럼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 달에 한 번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던 프로그램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했다. 청와대는 참석 여부를 “연말 성과평가 및 상시 학습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자 대다수 비서관실에서 ‘전원 참석’을 희망 인원으로 제출하면서 약 500명 가까운 직원이 강연장인 청와대 영빈관을 가득 메웠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도시락이 모자라 샌드위치를 공수했는데 그것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강연자는 문 대통령과 경남고 25회 동기인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였다. 승 대표는 ‘도시의 오래된 미래, 메타시티’란 주제로 청와대 건축의 역사와 도시재생 등에 대해 강연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한 승 대표는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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