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사건’ 최선 다했다던 경찰, 출동도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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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이 13일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영학이 13일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 초동대응 과정에서 허위보고 등 경찰 지휘 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찰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25일 ‘여중생 실종신고 사건 감찰조사 결과’ 발표에서 “초동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매뉴얼대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 감찰 결과 발표…부실 수사 인정 #담당 경찰 "대수롭지 않게 여겨 출동 안해" #출동 안한 다른 신고도 사망 사건으로 이어져

경찰이 피해 여중생 김모(14)양의 어머니로부터 처음 신고를 받은 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 쯤이다. 신고를 접수한 112상황실에서는 여중생이 실종된 만큼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도 즉시 현장에 출동해 지구대와 함께 수색하라는 ‘코드1’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출동 의무가 있는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과 사건 담당 경찰 2명은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았다. 감찰 결과 담당 경찰인 A순경 등은 무전으로 “출동하겠다”는 거짓 보고를 한 뒤 사무실에 대기했다. 경찰은 중랑서 내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들이 당시 사무실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감찰 조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망우지구대 소속 경찰은 김양의 행적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하는 것도 귀담아듣지 않아 핵심 단서 확인 기회를 놓친 것으로 봤다.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범죄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서장에게 뒤늦게 보고했다.

중랑서는 사건 접수 직후인 지난 1일 새벽에 다른 실종신고 3건도 접수했다. 3건 모두 출동 의무가 있는 ‘코드1’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한 건에 대해서도 출동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실종자 가운데 한 중년 여성은 이튿날 투신해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실 대응을 한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ㆍ상황관리관 등 8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한편, 관리에 소홀한 중랑서장에 대해서는 문책성 인사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이영학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 관계자는 “이영학이 경찰에서 조사받은 혐의 내용이나 사실관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정했다. 2차 구속 만기일인 다음달 1일까지 수사한 뒤 공범 박모씨와 함께 기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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