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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태’ 보고도…8년간 대리점에 ‘밀어내기 갑질’벌인 건국유업

중앙일보

입력

“주문량 단산일까지 푸쉬(Push)가 있을 예정이오니 이점 양해 바랍니다.”

공정위, 건국유업에 과징금 5억원 부과하고 법인 검찰에 고발 #단종 제품, 판매부진 제품 등 대리점주에 일방적으로 떠넘겨 #대리점은 울며 겨자먹기로 재고 부담 떠안아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건국유업ㆍ건국햄(건국유업) 본사 직원이 지난 2008년 대리점 주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생산을 멈추기로 한 단종 제품을 대리점주 뜻과 관계없이 강제로 팔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남양유업 식 ‘밀어내기’와 동일한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7년 10개월간 대리점에 대해 갑질 행위를 벌인 건국유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했다.

건국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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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가정배달 대리점에 대해 제품구입을 강제한 건국유업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다고 25일 밝혔다. 또 건국유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건국유업은 2008년 7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가정배달 대리점 272곳에 대해 대리점주가 구입할 의사가 없어 주문하지 않은 판매부진 제품, 생산 중단을 앞둔 제품, 신제품 등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 수요를 잘못 예측해 제품의 최소 생산 수량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재고가 쌓이자 이 부담을 대리점에 떠넘긴 것이다.

건국유업은 대리점의 주문이 마감된 후에 본사 담당자가 주문량을 일방적으로 수정해 주문시스템에 입력하고, 이를 포함한 대금을 대리점에 청구했다. 본사와 대리점의 계약상 대리점이 공급받은 제품은 반품하는 게 불가능했다. 해당 제품이 판매되지 않아 남는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대리점이 떠안았다. 건국유업은 모두 13개 품목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밀어내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갑질' 행위가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중앙포토]

건국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갑질' 행위가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중앙포토]

특히 건국유업은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행위가 큰 사회적 문제가 돼 자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남양유업과 동일한 형태의 갑질 행위를 지속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 5억원은 정액 과징금 기준으로 최고액이다. 박기흥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대리점의 자발적인 주문수량과 건국유업의 일방적인 출고량을 구분할 수 없어 불법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 산정이 곤란해 정액 과징금을 부과했다”라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임을 고려하여 최고액인 5억원을 부과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구입강제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데다, 유제품의 특성상 유통 기한이 짧고 반품이 불가능해 대리점이 중대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건국유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향후 대리점에 대한 구입강제행위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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