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시퇴근도 평가…靑 비서관 S등급 땐 상여금 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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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상위 S등급 인센티브 평가지표 만든 청와대, 비서관급 20% 1860만까지 더받는다

정시퇴근 이행률, 연가 사용률 등 평가해 S-A-B등급까지 상여금 지급

“총무비서관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수요일 가정의 날입니다. 직원 여러분께서는 정시퇴근 하셔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들어와 임종석 비서실장이 건네준 찻잔을 받으며 웃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들어와 임종석 비서실장이 건네준 찻잔을 받으며 웃고 있다. [중앙포토]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 청와대 경내에 울려퍼지는 안내방송이다. 청와대 직원들에게는 단순한 덕담 이상이다. 청와대가 가정의 날 정시 퇴근 이행률을 직원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안내방송을 따르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다.

지난 9월 시범실시를 거쳐 10월 첫째주 수요일부터 오는 12월 마지막주 수요일까지의 정시퇴근 여부가 평가 대상이다. 공무원들도 실적등에 대한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지급 받는 것은 일반 기업과 같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지는 역대 정부가 다르다.

문재인 청와대가 최근 근무 평가 방법을 직원들에게 내부적으로 공지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수요일 정시퇴근 이행률 등을 12월까지의 근무 실적에 포함시켜 내년 1월 근무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기관은 기관장 재량에 따라 근무 평가가 좋으면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

상여급은 같은 직급, 즉 비서관은 비서관끼리, 행정관은 행정관끼리 비교해 S등급(20%), A등급(30%), B등급(40%), C등급(10%)으로 구분해 C등급을 제외한 S, A, B 등급에게 지급한다. 여기까지는 지난 정부 청와대 혹은 정부부처와 사정이 똑같지만 수요일 정시퇴근 여부를 성과에 반영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새로이 시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서관실 한 곳에서 전 직원의 정시퇴근 이행률이 50%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40% 이상이면 7점, 30% 이상이면 5점이다.

근무평가 지표 중에는 연차휴가(연가) 사용률도 있다. 청와대는 연가 일수의 70% 이상은 의무 소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연가 사용률의 경우 부서장과 직원 평가를 동시에 병행해서 배점을 구성한다. 부서장의 연가 사용률 점수가 30%, 직원의 연가 사용률 점수가 70%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자신의 의무 연가를 다 소진하더라도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 등 부서장이 연가를 다 쓰지 않으면 점수가 그만큼 깎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원들이 부서장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못가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 기준들을 얼마나 제대로 지켰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차이가 크다. 부처 1급 공무원에 준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 최상위 등급인 S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1862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관은 모두 41명이다. 이중 8명(20%)이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4명(10%)과 비교해 최대 1862만원을 더 받는 것이다. 부처 6급 이상 하위 직급 직원은 최대 800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처 관행이 승진을 앞둔 사람에게 S를 주거나 신입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최하등급을 주는 등 연공서열에 따라 고과를 매겨왔다”며 “하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 등을 반영해서 엄정하게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무 평가 방법과 함께 공지된 상여금 지급 기준이 내부적으로 공개되자 청와대 한 비서관은 “업무 긴장도가 높아지고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상여금 지급과 관련이 있다보니 수요일 정시퇴근 문제도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비서관은 “나는 늦게 남아 있더라도 직원들은 정시 퇴근 시키려고 억지로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밝은 표정으로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성과평가 지표 중에는 전문가 초청 교육도 들어있다. 청와대는 오는 25일 개최되는 제1회 ‘상춘포럼’ 참석여부를 “연말 성과 평가 및 상시학습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상춘포럼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 달에 한번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던 프로그램이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대다수 비서관실에서 '전원 참석'을 희망 인원으로 제출했다고 한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 "사실상 강제아니냐"는 불평도 나왔다. 이에 포럼을 주관하는 총무비서관실 관계자는 “실적에 반영한다는 뜻은 가점 개념이지 점수를 깎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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