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화장품 사드 한파, 중소업체만 서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장인수 세계뷰티화장품협회 회장

장인수 세계뷰티화장품협회 회장

지난 8월 초순 본 협회 중국지회 창립식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했다. 국내 중소 화장품기업 관계자, 미용대회 출전자, 미스인터콘티넨탈 미인선발대회 참가자 등 한국에서 100여 명, 중국 전역과 러시아·독일·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뷰티코스메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해 ‘코리아뷰티코스메틱쇼’를 나름 성대하게 거행했다.

주위에서는 사드 후폭풍으로 행사가 잘 치러지겠느냐고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지만 현지 분위기는 달랐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사드는 국가간의 문제이며, 사업은 별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의 미(美)를 체험하려는 일반 중국인에게 사드는 남의 집안 일이었다.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파악하려는 모습, 한국 미인들의 패션과 화장법에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에 여기가 서울인지 상하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특히 한국 화장품을 한 번이라도 써 본 중국인 에게 한국 화장품 선호도는 거의 중독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중국 제품은 믿을 수도 없고 한층 높아진 취향과 욕구를 채워줄 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20·30대 여성들이 한국의 뷰티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사드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었지만 대형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액은 사드 전과 동일하거나 조금 늘었다는 지표는 한국의 미,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더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 다.

그러나 여기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대다수 매출은 아모레퍼시픽과 LG 등 대기업 화장품업체에서 나온다. 1만1000여 개에 이르는 중소 화장품회사는 여전히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국내 사후면세점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집어갔던 중소기업화장품 회사의 제품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따이공’이라 불리는 소규모 보부상들의 인편으로 실려가던 중소화장품 수출도 중국 세관 당국의 엄격한 심사로 다 막힌 형국이다.

중소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일선 중소기업인들의 위기감과 정부에 대한 불만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KOTRA와 중소벤처기업부·지자체 등은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이 정말 제대로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뷰티화장품의 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생색내기용 지원이 아니라 당장 생존에 필요한 현실적인 처방이다. 상하이 뷰티코스메틱쇼에 참가한 한 한국 화장품업체의 대표가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가 왜 사드 피해을 입어야 하죠, 정부의 도움 필요 없어요. 기업이 한국 걱정 안 하게 정치만 잘 해주면 제품은 저희가 알아서 잘 팔게요.”

장인수 세계뷰티화장품협회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