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재받는 北 진출 기업에 수십억 투자한 국민연금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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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로고 [사진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 로고 [사진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 할 때 ‘북한 진출 기업’에 대해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서산ㆍ태안)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ㆍTHAAD) 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국내 기업에 대한 경제 보복이 있는 가운데, 올해 6월 현재 연금공단의 대중국 주식투자액이 34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이중엔 미국과 EU 등이 각종 제재 조치로 압박하는 북한 진출 기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한 금액도 약 250만 달러(약 28억 275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일종 의원실 입수한 연금공단 자료 #연금기금으로 북한 경제에 간접 도움 #"대북제재ㆍ사드보복 영향 고려해야"

대표적으로 연금공단이 167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중국기업 ZTE 코퍼레이션은 북한 자금 세탁에 동원된 기업이라는 이유로 최근 미국정부가 북한ㆍ이란 제재 위반으로 11억 3,200만달러(약1조 3,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기업이다. 그 외에도 사니 헤비 인더스트리(69만 382달러) 등에도 완싱 치안차오(6만7265달러), 지린 야타이 그룹(4만3236달러), 그린란드 홀딩스 그룹(2만5723달러) 등에도 각각 거액의 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EU는 16일 룩셈부르크에서 외교이사회를 열고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과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북한에 대한 송금 한도를 1만5000 유로에서 5000 유로로 제한하는 한편, 북한 노동자들의 EU 지역 노동허가를 금지키로 하는 등 한층 강화된 경제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 인도적 차원의 지원만 허가하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대외 경제의 대부분을 중국에 기대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 북한 진출한 중국 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마트와 현대자동차 등 각종 기업들이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의 불똥을 맞고 철수하는 상황에서 국부 관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북한진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는 북한에 대한 간접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적립금을 투자함에 있어 수익성과 안정성 원칙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하지만, 국가 안보 위기사항을 대비한 투자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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