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특정 시점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 아냐"

중앙일보

입력

짝수 달과 명절에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 임금이 아니란 이유 때문이다.

노사합의로 짝수달과 명절에만 상여금 지급 #지급 시점에 재직 안한 근로자는 대상 제외 #1·2심은 "고정성 갖춰" 통상임금으로 해석 #대법원은 "특정시점에 지급조건 성취 불확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엘리베이터 설치업체 근로자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의 회사는 2012년 단체협약에 따라 설과 추석, 짝수달에 기본급과 수당의 100%씩 연 800%의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다만 회사는 지급 당일에 재직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

김씨는 “해당 상여금은 노동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이를 통상임금에 넣지 않은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뒤 이를 기준으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과 연차휴가 수당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에 따라 미지급분 5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가 김씨에게 5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급일에 재직할 것을 요건으로 두는 상여금이라고 할지라도 일정 구간을 기준으로 몇 회에 나눠 고정적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고정성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근로자가 재직할 것을 전제로 한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여금은 지급기준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으로 연장‧휴일근로 시점에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가 불확실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에 게양된 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에 게양된 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 그간 어떤 일을 했는지 묻지 않고 주는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노사합의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근로자가 하기로 정한 일)’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