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보다 IQ 좋다는 트럼프… 트럼프에게 IQ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데없는 IQ 논란에 불을 지폈다.
10일(현지시간)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멍청이(moron)’ 발언에 대해 질문받은 뒤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우리가 IQ 테스트로 비교해야 할 것 같다. 누가 이길지는 내가 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이 틸러슨 장관보다 ‘똑똑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틸러슨 미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틸러슨 미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 4일 미 NBC 방송은 틸러슨 장관이 7월 미 국방부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멍청이’라 불렀다고 보도했다. 직후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NBC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틸러슨의 ‘멍청이’ 발언에 IQ 거론 # 과거부터 키 크고 머리좋다고 늘 자랑해 # 오바마 등 라이벌 보다 지능 높다고 주장 # 무지 지적받으면 “IQ 테스트 하자” # 정작 자신의 IQ 몇인지 공개 안해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틸러슨 장관에게 맞펀치를 날리며 반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불화설이 재차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IQ 집착’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의 이른바 ‘IQ 타령’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의 IQ 집착’이라는 기사에서 그가 해 온 IQ 관련 주요 발언들을 소개했다. CNN은 “트럼프는 자신의 IQ는 아주 높고, 라이벌은 낮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다”며 “IQ는 그가 아주 좋아하는 레토릭”이라고 전했다.

아래는 CNN이 소개한 트럼프의 IQ 언급 트윗의 일부다.

“여러분들은 내가 거칠고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매우 동정심 많고(매우 높은 IQ도 가졌다) 풍부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두 사람(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보다 (IQ가) 훨씬 높다” 

“패배자와 비방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나의 IQ는 최고 수준이다. 알고 있지 않냐! 바보같거나 자신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오바마가 트럼프보다 IQ 높다는데 돈을 걸겠다는 트위터 사용자에게) 잃게 될 것” 

트럼프는 인터뷰·연설에서도 IQ를 수도 없이 언급했다. BBC가 “트럼프는 얼마나 자주 IQ에 대해 얘기할까? 언제나 한다”는 문답으로 트럼프의 ‘IQ 타령’에 관한 기사를 시작했을 정도다.

그는 대선 중에도 “머리 좋다”고 자랑하며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비판자들은 머리 나쁘다고 깎아내렸다.
방송 인터뷰에서 “누가 외교 조언을 해주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나 자신과 논의한다. 내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칼 로브 등 공화당 인사들이 자신을 비판하자 “내가 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 IQ도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대학도 갔다. 모든 점에서 (내가) 낫다”고 되받아쳤다.

당선 뒤 그가 정보당국의 일일브리핑을 받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매일 같은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취임식 하루 전 자신이 인선한 각료들과 가진 오찬에서는 “과거 어떤 각료들보다 높은 IQ를 가졌다”고 자랑했다.

무지를 지적받으면 IQ 테스트로 겨루자고 한다. 지난해 4월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내가 지구 온난화를 이해 못한다고 하는데, IQ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는가 하면, 지난 5월 자신을 “무지하다”고 비판한 영국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에게도 “IQ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지능을 공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남과 비교할 때 키와 두뇌를 거론하지만, 둘을 과시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키(188㎝)가 미국 남성 평균(177㎝)보다 크다는 걸 내세우는 반면, “IQ는 재산을 들먹이는 것처럼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높지만,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BBC는 버지니아 대학에서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바바라 페리 교수를 인용, “트럼프가 IQ를 공개한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치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를 ‘얼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는 사업에 성공하고, 와튼스쿨에서 학위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리 교수는 대통령학 권위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프레드 그린슈타인이 꼽은 대통령의 자질 6개 항목을 제시하며, 트럼프가 자질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중 소통과 정치적 기술은 뛰어나지만 감성 지능, 인지 유형, 비전, 조직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상위 2% 이내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MENSA)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IQ테스트 대결을 주관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가장 똑똑한 미국 대통령은 누구?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지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그러나 버지니아대의 바바라 페리 교수는 “파이 베타 카파 회원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776년 설립된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는 미 대학 우등생들로 구성된 엘리트 클럽이다. 역대 대통령 44명 중 17명이 클럽 회원이며 최근 재임한 대통령 중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가 포함돼 있다.

엘리트 클럽인 '카이 베타 카파' 회원이었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부터) [중앙포토]

엘리트 클럽인 '카이 베타 카파' 회원이었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왼쪽부터) [중앙포토]

BBC는 또 수치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뛰어난 지질학자였던 허버트 후버(재임 1929~1933),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해 가장 ‘가방끈이 긴’ 우드로 윌슨 (1913~1921), 우수한 변호사였던 윌리엄 태프트(1909~1913) 등을 ‘똑똑한 미 대통령’으로 꼽았다.

2006년 캘리포니아 대학은 존 퀸시 아담스 대통령이 역대 가장 똑똑한 대통령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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