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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를 ‘Six times’라 번역하는 건 옛말”…정확도 높아진 한글통번역 앱

중앙일보

입력

추석 연휴 동안 스페인으로 여행을 간 회사원 김모(30)씨는 평소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서 길을 묻기 위해 만난 스페인 사람들은 물론, 일부 식당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난감했다. 김씨는 “관광객이 드문 식당에 가니 종업원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물어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스마트폰에 간단하게 통ㆍ번역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앱에 우리말을 입력하면 선택한 외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영어ㆍ일본어 등 주요 언어들은 앱을 실행시킨 뒤 우리말을 읽어주면, 현지 언어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서비스도 상용화됐다.

구글의 통ㆍ번역 앱. [사진 구글 번역기 캡처]

구글의 통ㆍ번역 앱. [사진 구글 번역기 캡처]

한글과컴퓨터의 통ㆍ번역 앱. [사진 지니톡 캡처]

한글과컴퓨터의 통ㆍ번역 앱. [사진 지니톡 캡처]

우리말의 통ㆍ번역 서비스는 구글과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등이 제공한다. 모두 ‘인공신경망번역(NMTㆍNeural Machine Translation) ’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구문 기반 번역은 문장을 명사구나 동사구로 나눠, 각각의 구나 단어를 번역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육회(肉膾)’를 ‘Six times’로 번역하는 등 전체 문맥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기 일쑤였다.

인공신경망번역(NMTㆍ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존의 ‘통계기반번역(SMTㆍ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에서 진화한 딥러닝 기반 방식이다. 통계기반번역이 단어나 몇 개의 단어가 모인 구 단위의 학습 번역 방식이었다면, 인공신경망번역은 문장 전체의 맥락을 먼저 살핀 뒤 구성 요소들을 변환하면서 해석해 번역을 한다. 문장 안에서 단어의 미묘한 의미 차이 등을 반영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 일찍 아침 준비를 했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번역할 때, ‘아침’을 ‘in the morning’으로 번역해야 하는지 ‘breakfast’로 번역해야 하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 인공신경망번역은 문장 전체를 살펴 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네이버의 통ㆍ번역 앱. [사진 파파고 캡처]

네이버의 통ㆍ번역 앱. [사진 파파고 캡처]

지난해 8월 출시된 네이버의 통ㆍ번역 서비스 ‘파파고’는 지난달 중국어 번체와 베트남어ㆍ태국어ㆍ인도네시아어를 추가해 총 10개 언어를 지원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공신경망번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언어 활용 데이터들이다. 네이버는 많은 이용자로부터 얻은 한국어 데이터가 강점이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꽂는 용도로 출시된 통ㆍ번역 기기. [사진 한글과컴퓨터]

스마트폰에 꽂는 용도로 출시된 통ㆍ번역 기기. [사진 한글과컴퓨터]

인터넷에 접속되지 않아도 통ㆍ번역을 해주는 오프라인 기기도 등장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일부 해외 지역이나 비행기 안에서도 통번역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USB 형태의 ‘지니톡 오프라인’을 지난달 출시했다. 이 기기를 스마트폰에 꽂으면 와이파이나 로밍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한국어ㆍ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4개 언어의 통ㆍ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컴 관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2015년 ‘지니톡’을 출시했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오프라인 기기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기존 지니톡 앱도 많은 대중에게 홍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찰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통ㆍ번역 앱에 제공하는 문장들. [사진 지니톡 캡처]

경찰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통ㆍ번역 앱에 제공하는 문장들. [사진 지니톡 캡처]

한편 경찰은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및 동계 패럴림픽대회에서 외국인 대상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통역 앱을 활용하기로 했다. 경찰청 평창 동계올림픽 기획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통역 앱인 네이버의 ‘파파고’와 한컴의 ‘지니톡’에 경찰 전용 회화 문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수상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등 치안 유지에 필요한 주요 문장들을 탑재해 외국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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